미주 노선 컨테이너 스팟(단기 화물) 운임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모처럼 해운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미주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올해 초 장기계약 화주를 대거 확보한 현대상선은 스팟 운임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SM상선은 설립 이후 첫 분기 흑자까지 내다보고 있다.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던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흑자 달성이) 만만치 않다"고 말을 바꿨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6일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상하이발 미주 서안행 스팟 운임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298달러로 전년 동기(1541달러) 대비 49% 올랐다. 1FEU당 2298달러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 여파가 가시지 않은 작년 2월(2106달러)보다 9% 높다.

운임 상승 배경으로는 3분기(7~9월) 계절적 성수기 영향도 크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무역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기 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미주 노선 예약률은 110%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들의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운임이 급등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세계 1‧2위 선사 머스크와 MSC는 한‧중과 캐나다를 잇는 한 개 서비스를 중단했고, 디얼라이언스도 두 개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했다.

선사마다 화주‧화물에 따른 계약조건이 다르지만, 통상 1FEU당 1600~1700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해운업계에서는 당분간 미주 노선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건우 KMI 전문연구원은 "9월 1일부터 일부 선사들은 미주 항로에 대해 일괄운임인상(GRI)을 실시해 운임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캐나다 밴쿠버항에 입항하고 있는 SM상선 컨테이너선

SM상선은 미주 노선 운임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미주 서안 지역에서 두 개 노선을 운영 중인 SM상선은 지난 8월 둘째 주 회사 설립 1년 4개월 만에 첫 주간 흑자를 달성했다. 현재 월간 흑자를 넘어 분기 흑자까지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상선은 오는 3분기에도 흑자 전환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유창근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기자 간담회 뿐 아니라 사원급 직원 간담회에서 2018년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최근 발언을 수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전체적인 비용이나 수요‧공급 상황을 봤을 때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연초 장기계약 화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올해 컨테이너 운임이 이정도로 오를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들은 매년 초 화주들과 연간 단위로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고정 화물을 일정 부분 확보한 뒤 노선을 운영하면서 남은 공간에 스팟성 단기계약 화물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장기계약 화주 비중이 높을 경우 스팟 운임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올해 운임과 유가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안정적인 유럽 노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4월 4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10척을 유럽에 투입해 단독 노선을 개설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추락한 한국 선사에 대한 신뢰 회복과 대형 화주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장기계약 화주 비중을 늘렸다"며 "운임이 갑작스럽게 오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