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주택 공급 확대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부터 시작해 고강도의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시장 열기는 식지 않았던 만큼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 기조까지 틀 정도로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걸었다. 이래도 집값이 진정되지 않으면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45% 올라 전주(0.3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올해 누계 상승률로 보면 5.57%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5000만원 선에 근접했다. 강남권은 이미 9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돼 주택이 공급된 강남구 세곡동 아파트 단지.

불붙은 집값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당·정·청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모두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동안 수요 억제에만 심혈을 기울여왔던 정책 기조를 바꿔 공급 확대까지 추진하고 나설 정도다.

이번 추가 대책을 통해 정부는 서울 주요 지역 그린벨트를 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8·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14곳, 24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는 이미 서울시와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등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도 이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도 했다.

역세권 인근에도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생활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소규모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이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듯 역세권 주변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주거시설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은 풀지만, 수요는 여전히 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울 25개 구를 포함한 전국 43곳의 청약조정대상지역의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을 현행 ‘2년 이상 실거주’에서 ‘3년 이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 조건도 ‘3년 내 종전 주택 처분’에서 ‘2년 내 처분’으로 강화된다.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해선 다주택자에게 가한 규제 만큼 강한 압박을 주지 않았다. 정부 기준에서는 1주택자의 경우 실수요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 기간 2년을 추가 했지만, 양도가액 9억원 이하, 2년 이상 보유 등의 조건은 건드리지 않았던 게 그런 사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언급한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전세자금대출규제도 이번 대책에 포함될지 관심이다. 이해찬 대표가 말한 3주택자 이상 종합부동산세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된다. 정부가 낸 종부세 개정안을 보면 종부세율을 현행 0.75~2%에서 0.85~2.5%로 인상하고, 3주택자 이상은 0.3%포인트를 추가 과세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여당은 3주택자 이상에 대해선 이 비율을 더 높이자는 입장이다

또 1주택자의 종부세 합산 기준을 현재 공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장하성 실장은 "초고가 주택 기준은 시세로 보면 13억원 정도"라고 얘기했다.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 투기 의욕을 꺾겠다는 목적이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1주택자도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무주택 가구에 대해선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주택자의 경우 소득 여건이나 대출 금액 등을 손 볼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구체적인 내용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조속히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