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6계 법정은 150여명의 응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두 번째 경매에 나온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단지 전용면적 49.9㎡ 물건엔 무려 37명이 몰리면서 감정가 3억원보다 2000여만원이 높은 3억275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노원구 공릉동 비선아파트 전용 59.9㎡ 짜리 물건도 이날 두 번째 경매에서 20명이 응찰해 감정가(3억2600만원)의 104%인 3억4050만원에 낙찰됐다. 각각 이달 응찰자 수 상위 1위와 5위 물건이다.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또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매 시장도 만만치 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달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되고 호가가 오르면서 경매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월별 통계(8월은 30일 기준).

31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5.5%로 직전 최고치인 올해 5월 수치(104.2%)를 4개월만에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매달 100%를 꾸준히 넘겨왔지만 지난 5월 104.2%로 정점을 찍은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었다. 평균 응찰자 수 또한 9.2명으로 전달(7.5명)보다 1.7명 높아진 것은 물론, 올해 1월(9.2명)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통상 8월은 경매 비수기로 꼽히지만 각종 지표가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달 낙찰가율이 높았던 상위 5개 물건을 보면 특정 자치구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퍼져 있다. 낙찰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은 7일 첫 경매가 진행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전용면적 84㎡ 중 지분 11㎡로, 감정가 1억1000만원의 138%인 1억5211만원에 낙찰됐다. 30일 첫 경매에 나온 신반포19차 아파트 전용 107.0㎡도 감정가 14억원보다 4억원 이상 높은 18억84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가 많았던 상위 5개 물건은 노원 지역 두 곳을 비롯해 여의도, 성북, 관악 등 서울 전역에 있다. 9일 첫 경매가 진행된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5㎡는 신건이었지만 23명이 응찰하면서 감정가보다 8200만원 높은 5억82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아파트가 최근 몇 년간 경매에서 인기를 끌면서 남은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이달부터 서울 일반 매매 시장도 다시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 열기가 부동산 경매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동안 시장을 숨죽이게 만들었던 보유세 개편안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평가되면서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났고,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구상을 언급하면서 서울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박 시장이 서둘러 용산·여의도 개발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자진 진화에 나선 데 이어, 정부가 투기지구 추가 지정 등을 담은 ‘8·27 부동산 대책’도 내놨지만 달아오른 열기를 얼마나 가라앉힐지는 미지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45% 올라, 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6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일반 매매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가 경매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면서 "정부의 각종 대책에 일반 매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경매시장의 향후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