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러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는데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청와대·정부·민주당은 추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대출 규제, 공시가격 현실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3종 세트'를 준비 중이다. 30일 여당은 정부를 향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종부세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달 말 확정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으로는 지금의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부세 강화안 "다주택자 세율 1%포인트 인상"

당초 정부안은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과표 구간별로 0.1~0.5%포인트 올리고, 다주택자의 경우 여기에 0.3%포인트를 추가로 과세하도록 했다. 이런 방안이 발표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당·정은 3주택자 이상 보유자의 경우 세율 인상 폭을 정부안보다 배 이상 높여 구간별로 1%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을 알려졌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현행 2%의 최고 세율을 정부안(2.5%)보다 높은 3%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공시가격이 각각 13억, 10억원인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 2억원인 강북 아파트 한 채 등을 보유해 3주택 공시가격이 총 25억원이라면 올해 790만원 정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공시가격 상승분(약 4억원 인상 경우)을 반영하고 종부세율도 현재보다 1%포인트 올리면 종부세 부담이 최소 1331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인중개사들, 국토부 앞에서 항의 집회 - 30일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격차가 벌어졌는데 정부는 오히려 보여주기식으로 중개사무소를 단속하는 등 책임을 중개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금 부과 대상 금액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를 정해 놓은 비율(공정시장가액 비율)도 급격히 인상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2020년까지 2년에 걸쳐 연 5%씩 90%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지만 이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 추연길 세무사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종부세율이 1%포인트씩 인상되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책 1주택자로 확대되나

정부가 1주택자를 향한 세제 강화를 추가 대책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를 집중적으로 겨냥한 8·2 대책 등의 규제에도 집값이 다시 과열되자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1주택자 장기 보유 특별 공제 혜택 축소가 거론된다. 현재 1주택자가 10년간 집을 보유하면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깎아준다. 앞으로는 보유 기간을 15년으로 늘리거나, 감면 폭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오르는 원인과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 시각은 정부와 온도 차를 보인다. 무분별한 투기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풍부한 시중 여유 자금 유입과 극심한 매물 품귀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기준 시중에 풀린 부동 자금은 역대 최대치인 1116조7000억원에 달한다.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주춤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윳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등은 집값 안정보다는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값 급등으로 집주인들이 그나마 내놓았던 매물마저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시세로 바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 강화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겠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 종부세를 도입할 때나 과세 대상을 확대할 때마다 길게는 1년, 짧게는 두 달쯤 뒤 다시 집값이 올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기 세력 잡으려다 실수요자도 피해

전방위적 집값 잡기 대책이 자칫 노후를 보낼 집 한 채 가진 은퇴 세대나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9일 정부는 주택금융보증공사의 전세 대출 보증에 가구당 연 소득 7000만원 등의 소득 제한을 두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자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하루 만에 발을 뺐다. 전세 자금 대출을 동원해 주택 구입을 하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자력으로 전세금 마련이 힘든 직장인 등으로부터 원성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현재 60~70% 수준에서 시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공시가격은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선정 등 복지 분야에도 활용된다. 별다른 소득 없이 1주택자인 은퇴 세대가 기초노령연금 신청에서 탈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