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이 넘거나 다주택자일 경우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 수요자뿐 아니라 갭투자자나 새 아파트 분양자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금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이들이 상당수라 자금 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부터 무주택자나 1주택자 중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가구만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전세대출을 위한 전세자금보증 상품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맞벌이 신혼부부는 연소득 8500만원, 1자녀 가구는 8000만원, 2자녀 가구는 9000만원, 3자녀 가구는 1억원의 소득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별도 요건이 없었다.

서울 지역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이 입주를 앞두고 외벽 도장 등 막바지 공사로 분주하다.

전세보증 상품을 공급하는 기관은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3곳이라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의 전세대출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금공의 전세보증 실적이 23조7258억원으로 전체의 50%가 넘고, HUG도 전세보증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전세대출을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공적 보증이 있어야 전세대출을 내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높은 전세가율을 활용해 소액의 자금으로 전세금을 안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세입자가 빠져나가도 전세자금 수급이 원활했던 만큼 새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을 돌려주면 됐지만,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세입자를 바로 찾기가 어려워져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강화로 전세자금 대출로 갭투자 실탄을 마련해왔던 이들뿐 아니라 갭투자를 둘러싼 환경 전반도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 갭투자자뿐 아니라, 2~4년 후 실거주를 염두에 두고 미리 집을 산 1주택자들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은 보통 전세를 한두 번 돌려 자금을 확보할 시간을 버는데, 세입자를 바로 채우지 못할 경우 집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앞둔 분양자들도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을 경우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담보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졌고 기존에 보유한 주택도 잘 안 팔리고 있는 만큼 전세 세입자를 받아 보증금으로 융통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입주지정 기간 중 잔금을 치르고 입주한 가구의 비율을 뜻하는 입주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75%로 1년 전(82.3%)과 비교하면 7%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입주 지연의 이유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36.6%로 가장 많지만, 세입자 미확보(31.0%)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입주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올해와 내년 전국의 입주 가구가 특히 많아 전세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난’ 우려도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45만3704가구가 입주하며 내년에도 37만5846가구가 집들이를 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3년치 평균(31만6597가구)을 크게 웃돈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부동산팀장은 "주택을 가진 사람이 꼭 다주택자인 것도 아닌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만 보고 전체를 죄다 보니 실수요자들도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