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게 될까.

서울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 계획이 잠정 보류된 데 이어 정부가 27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에 불을 지르는 요인을 어떻게든 조기 진화하고 과열된 곳의 불씨는 꺼뜨리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인데,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가 관심사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끝이 아니라는 것.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꺼내 집값 과열을 잡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수요자는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고 있다. 특히 8·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이라는 카드까지 나오자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 나올 추가 대책과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경기도 성남 금토동 일대.

◇서울·수도권 24만가구 추가 공급에 시장 ‘촉각’

국토교통부는 27일 서울 종로·동대문·동작·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경기도 광명·하남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경기도 구리와 안양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수도권 14곳에 택지를 추가 조성해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는 주택 공급책이다. 택지 조성부터 입주까지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리고 서울의 경우 이미 택지로 조성할 만한 땅이 없지만, 서울 근교에 24만가구의 물량이 쏟아진다면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숨통을 어느 정도 트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24만가구는 분당신도시(약 10만가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수요자들은 앞으로 국토부가 어느 지역에 택지를 조성할 지에 관심을 쏟는다. 만약 강남권과 가까운 경기도 하남 미사 등지에 대규모 택지지구가 조성된다면 송파·강동구 등 강남권도 집값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택지를 조성해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많다. 택지가 공급된다 하더라도 서울 외곽에 주로 공급되는 만큼 서울 주택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역대 정부의 경우 택지 개발에 따른 주택 공급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거나 계획보다 지연된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카페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강영훈 대표는 8·27 대책은 정부가 ‘공급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라는 신호 정도로 읽힌다고 분석했지만, 앞으로 나올 규제에 대해선 예의주시할만하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에도 6·19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 만에 역대 최고 강도의 8·2 대책이 나왔다"며 "이번 대책보단 앞으로 나올 정책이 중요한데,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어떤 규제를 더 적용할 수 있을지와 같은 정책들을 검토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 보류도 변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전면 보류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여의도와 용산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했다. 개발 계획 발표로 여의도와 용산은 물론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이자 서울시도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경고 신호에다 집값 상승의 진앙 역할을 했던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발표로 매수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연말까지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는 데다,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 단기간 가격 급등으로 거품 논란이 이는 상황이라 매수 결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인 건 아니다. 과열이 꺼지고 나면 언젠가는 개발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라고 본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용산 개발계획도 서울시가 이미 의지를 갖고 정책을 발표한 만큼 언젠가 개발이 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