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와 산업차량 등을 만드는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급 8만2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영업이익률과 매출증감률에 따라 성과금 63~924% 지급 등을 제안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회사 측에 제시한 조건(기본급 7만3373원 인상, 명확한 성과금 지급기준 확정)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회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만 있는 ‘4사 1노조’ 정책 탓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작년 4월 현대중공업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 회사를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지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등 4개로 분할했다.

현대건설기계의 인도 푸네공장.

그러나 당시 현대중공업그룹 노조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 노조를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내부 규약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4개 회사 노조는 각각의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해도 4개 회사가 모두 가결해야 협상이 최종 타결되도록 했다. 4개 회사의 노조원은 7월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이 9284명으로 가장 많고 현대일렉트릭(1373명), 현대건설기계(700명), 현대중공업지주(103명) 순이다.

현대중공업그룹 4개 노조는 각각의 회사를 상대로 같은 임단협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급 7만3373원 인상, 내년 말까지 고용보장, 전환배치·교육·순환휴업 실시, 직무환경 수당 상향 조정, 저임금 조합원 임금조정 등이다. 반면 4개 회사는 모두 다른 조건을 노조에 제시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가 가장 후한 조건을 노조에 제시한 상태이고 현대중공업지주는 기본급 5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약정임금 100%), 사내근로복지기금 1억원 출연 등을 제안했다.

현대일렉트릭은 기본급 동결 및 1년간 20% 반납, 유휴인력 대책을 위한 노사 태스크포스팀 구성, 성과금 별도 협의 등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도 기본급 동결, 성과금 별도 협의를 주장하며 일감이 바닥난 해양부문의 경우 유휴인력 무급휴직, 남은 인력의 경우 기본급 20% 반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개 회사가 노조에 다른 조건을 제시한 이유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국에서 굴삭기 판매가 늘며 올해 상반기 1조8532억원의 매출액과 13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9.6%, 74.7% 늘어난 수치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매출액이 3조790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32.7% 줄었고 19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부에서는 성과금 지급 등을 놓고 직원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4개 회사는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는데, 다른 회사의 교섭이 늦어지면서 성과금을 못 받으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의 제안에 반발해 이달 27일부터 29일까지 파업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교섭이 파행을 겪으면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 노조원들도 기본급 인상분과 성과금 등을 못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