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페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페이 '빅 4'(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작년 39조9906억원으로 1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온라인 결제로 오프라인 결제 비중은 아직 25% 정도다. 페이 빅 4는 포화상태인 온라인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큰 오프라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오프라인 강자 삼성페이는 이달 중순 온라인에 강한 페이코와 손을 잡았고 카카오페이는 신규 결제 방식인 'QR코드 기반 계좌이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오직 온라인만 고수하던 네이버페이도 연내에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여기에 서울시·중소벤처기업부·한국은행 등 정부도 중소 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를 0%대로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고 페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QR코드 간편결제가 최대 변수로 등장

올해 오프라인 페이 시장의 최대 변수는 QR코드 간편결제다. 이 방식은 중국에서 보편화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거지도 QR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목에 걸고 구걸을 할 정도다. 중국의 위챗페이·알리페이는 이 방식으로 연 거래액 1경(京)7500조원이라는 엄청난 결제 시장을 만들었다.

사진 찍듯 QR 코드를 비추면 결제 - 카카오페이로 QR코드 결제를 하는 모습. 가게에 설치된 QR코드를 찍은 뒤 물건 값을 입력하면 점주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단말기에 폰을 찍으면 결제 - 페이코를 실행해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QR코드 간편결제는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기반이다. 쉽게 말해 계좌이체 방식으로, 상대방의 계좌번호 입력을 QR코드 인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예컨대 먼저 카카오페이에 은행 계좌를 연동해 현금을 충전해 놓은 뒤, 계산대 앞에서 스마트폰의 카카오페이를 실행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켜진다. 스마트폰으로 계산대에 있는 가게 QR코드를 비추면 금액을 입력하는 창이 뜨고 여기에 물건 값을 입력해 결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현금이 점주의 카카오페이 계좌로 송금되는 것이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이런 QR코드 방식으로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 지 2개월 만에 가맹점 8만 곳을 확보하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자영업자를 상대로 QR코드가 인쇄된 종이판을 무료로 배포하고 남대문시장에 안내용 점포를 개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커피빈(카페)·에잇세컨즈(의류)·애슐리(음식점) 등 프랜차이즈 점포 1만여 곳이 참여했다. 두 달 만에 탄탄한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페이는 최근 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페이코와 온·오프라인 결제 제휴를 맺었다. 페이코 앱에서 삼성페이 기능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삼성페이는 기존 가게의 신용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완료되는 간편한 방식을 내세워, 월 이용자 수가 886만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간편 결제를 페이코와의 제휴로 메운 것이다. 페이코는 네이버(23만 곳)·카카오(11만 곳)보다 많은 온·오프라인 가맹점 25만 곳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SG페이(신세계)·엘페이(롯데)와 같이 대형 유통그룹이 운영하는 페이도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주로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세븐일레븐 등 자사 계열사 이용 시 할인·적립의 혜택을 제공해 오프라인 결제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자사 독자의 간편결제인 스마일페이를 오프라인 매장인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GS수퍼마켓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오프라인 페이 거래액 20조원 넘을 듯"

페이 업체 간 경쟁에서 최대 변수는 서울시·경남도·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주도하는 제로페이다. 결제 수수료를 0%대까지 낮춘다고 해서 제로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제로페이는 페이코·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민간 업체의 페이 앱에 별도의 '제로페이 QR 결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이들 페이 앱에서 제로페이용 QR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12월부터 30억원의 마케팅비를 투입해 제로페이 시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로페이를 쓰는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에 협조를 구해 가맹점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가세가 오프라인 페이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홍보에 나서면 기업들은 손쉽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결제 방식과 정부의 제로페이 도입으로 올해 오프라인 페이 시장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커져 2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수료 없는 제로페이가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간업체들이 수수료 수입이 한 푼 없는 제로페이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