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정책으로 집값이 잡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가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 수요 억제책과 동시에 수도권에 14곳의 공공택지지구를 추가로 지정해 24만2000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는 공급 확대 대책도 내놨지만, 지금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의 힘이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와 주거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구리시와 안양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각각 지정됐다.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부산 기장군(일광면 제외)은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의 아파트 단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60%와 50%까지로 제한된다. 여기에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에서 배제한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강화된다. 이 밖에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등의 제약도 받는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LTV와 DTI가 40%로 제한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등의 제약도 받는다. 투기지역이 되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제한, 대출 건수 가구당 1건 제한 조치도 받게 된다. 모두 집을 여러 채 살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발표하지 않고 추진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여의도 통합개발과 용산 개발 방향을 밝힌 직후부터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친 것에 대한 대응인데, 이 역시 개발을 미룰 테니 몰려와서 집을 사지 말라는 수요 억제 신호였다.

정부는 이번에 공급 확대 대책도 발표했다. 수도권 내에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3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지을 30여개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것. 지난 7월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에서 발표한 것 등을 제외하면 14곳에 24만20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이 새로 나온 셈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도권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서울에 직장을 다니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원하는 지역이 많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정부의 이번 공급 확대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결국 서울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에 택지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들로는 여전히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지역 추가 지정의 경우 이미 대출 규제를 받던 곳에 유사한 규제가 다소 강화된 것이라 별 의미가 없다"면서 "수요 압력이 워낙 높은 데다 지방 투자자들까지 서울 집을 사겠다고 나선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급 대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악재라고 진단했다.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발표 초기에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에 공공택지지구가 지정되면 땅값이 오르고 집값도 오르기 마련"이라면서 "입주 때까지 집값이 오르다 안정세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대책이 집값 잡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정부가 새로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지역들은 대부분 이미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돼 여러 규제를 받았던 곳"이라면서 "규제 상황에서 오른 곳에 규제를 더한다고 시장 판도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이어 공급 확대책도 단기가 아닌 장기 대책으로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택지를 지정해 실제 주택을 공급하는 데까지 짧게는 2년 반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집값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는 "서울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요즘 주택 구매자 대부분은 실수요자라고 진단했다. 이들 중 맞벌이 유자녀 가구가 다수인데 이들은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서울을 갈수록 선호한다고 했다..

반면 공급량은 줄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뉴타운 지정이 잇달아 해제되고 재건축도 모두 멈춘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돌리며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서울에는 앞으로 1년에 아파트 3만 채를 공급하기도 어렵다"면서 "광역급행철도(GTX)를 조기 착공하는 등의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