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년간 일자리 예산에 50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일자리 수는 격감하고 저소득층 소득은 감소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50조원이면 우즈베키스탄의 1년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런 큰돈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일단 시중에서 말하는 54조원은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 중 일자리 사업으로 배정된 각 17조, 19조원에다 지난해와 올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각 11조원, 4조원), 그리고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모두 합친 액수다. 여기에는 공무원을 새로 채용하면서 늘어난 인건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일자리 예산이 해마다 어떻게 쓰이는지는 올해 일자리 본예산 19조2312억원의 내역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구직급여가 6조1571억원으로 전체 일자리 예산의 32%를 차지한다. 이렇게 정부가 지출한 돈은 저소득층 가구를 중심으로 조금씩 배분돼 가계소득 중 이전소득으로 잡히게 된다. 이런 구직급여와 각종 복지급여를 합쳐 2분기 가구당 평균 이전소득은 5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 중에는 노인이나 장애인 일자리처럼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월급을 주는 사업도 있다. 이런 사업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이 3조1960억원이다. 제조업·도소매업 등 민간 일자리는 급감하는 와중에 유독 공공행정·사회복지서비스만 늘어나는 이유는 이런 직접 일자리 예산이 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기업에 주는 장려금 명목으로 3조7000억원을 쓰고, 직업훈련에 2조원, 창업 지원에 2조4000억원, 일자리 알선 등 고용서비스에 9350억원을 쓴다. 이런 돈은 결국 각 가정과 기업의 주머니로 조금씩 나뉘어 들어가지만, 이 돈으로 실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지는 정부도 파악하지 못한다. 더 나빠질 수 있었던 일자리와 저소득층 소득 감소를 정부가 혈세를 쏟아부어가며 겨우 방어하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는데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은 실직 등으로 인한 근로소득 감소분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정부가 지출을 늘린다고 해도 민간의 일자리가 늘지 않고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