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213500), 무림, 아세아제지(002310), 신대양제지(016590)등 주요 제지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일제히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중국 환경규제로 인한 폐지 가격 하락이 실적에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솔제지 충청남도 장항공장 내부. 감열원지들이 코팅 공정을 앞두고 있다.

2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상반기 영업이익은 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75억원을 반년 만에 벌어들였다. 펄프‧제지업체인 무림P&P 상반기 영업이익은 52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334%나 급증했다.

특히 택배상자 등 골판지상자에 들어가는 원지를 만드는 판지업체들의 실적 상승이 눈에 띈다. 아세아제지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3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대양제지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5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0%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제지업계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폐지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폐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재료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매출원가에서 폐지나 펄프 등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이다. 원재료 가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폐지 가격 하락 원인은 중국 환경규제다. 중국은 외국 쓰레기 반입을 전면금지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혼합폐지 등 24개 품목 수입을 막았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폐지가 남아돌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관세청 통관실적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폐지 수출량은 20만491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OCC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 7월 1㎏당 62.8원으로 올해 1월(136.4원) 대비 54% 떨어졌다.

반대로 폐지를 구할 방법이 없어진 중국 제지업체들은 펄프를 찾기 시작했다. 늘어난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펄프 가격은 폐지 가격과 반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미국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톤당 900달러(100만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톤당 715달러) 대비 25% 올랐다.

펄프 가격 상승은 국내 유일 펄프 생산업체인 무림P&P의 호재로 작용했다. 무림P&P는 국내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88%는 수입산 펄프다. 국내시장의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무림P&P 판매가격은 수입펄프 가격과 연동돼 움직인다. 한솔제지 등 펄프를 쓰는 일부 제지업체의 경우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폐지 가격을 좌우할 만큼 큰 이슈가 없기 때문에 폐지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해외시장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발생할 경우 국내시장에도 예측하지 못한 가격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