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고용재난’ 수준인 5000명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였던 조선업에서 여전히 유휴인력이 넘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등 이른바 조선업 ‘빅3’의 유휴인력만 5000명 안팎에 달하고, 일감 부족으로 몸집을 줄이는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올 하반기에도 조선업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연말까지 최대 각각 2000명, 1000명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하반기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말까지 인력을 30~40% 줄이기로 했다. 2015년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3974명이었는데 이를 약 8400명~98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378명. 2015년 말과 비교하면 직원 수가 3596명 줄었는데, 연말까지 최대 약 2000명을 더 줄여야 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채권단은 수주실적을 감안해 감축 인원을 결정하기로 해 실제 감축 인력은 줄어들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2016년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2015년말 기준 1만3199명이던 직원을 올해 말까지 9000명 수준으로 감축해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상반기 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직원 수는 9960명. 2년 반 사이 직원이 약 3200명 줄었는데, 연말까지 추가로 약 1000명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일감이 끊겨 해양부문 인력 약 2600명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회사 측은 무급휴직을 노동조합에 제안했으나 노조는 조선 물량을 해양플랜트로 넘겨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남은 인력에 대해서는 유급휴직을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일감이 끊기면서 협력업체 근로자 약 2000명도 계약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연말까지 신규 수주가 확 늘면 유휴인력이 줄어들 수 있지만, 최근 수주 상황을 보면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을 수립할 당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약 160억달러(약 17조9000억원)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현재까지 약 110억달러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연초에 올해 수주목표로 82억달러를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36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쳐 목표달성률이 43.9%에 머물렀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73억달러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까지 약 35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목표달성률이 48.5%에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포함)은 올해 132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웠고 현재까지 78억달러(59.1%)를 수주했다.

조선사들은 연말까지 수주 상황을 보고 추가로 인력을 감축할지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답답하다. 지금 상황으로는 추가 인력감축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4분기는 돼야 감축 여부 및 규모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