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서 날카로운 경제분석가로 이름난 오석태(50) 한국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가 '고용 상황'과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오석태 한국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본지 인터뷰에서“소득 주도 성장은 결국 노동 소득 분배율을 높여 내수를 부양하자는 말”이라며 “저성장 시대에 분배율을 높이려면 기업이 희생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주식시장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참사 원인에 대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의 증가세 둔화, 건설 및 도소매·음식·숙박업 침체 등이 두루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진단하면서, 특히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지급 미준수자'가 많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사용자들은 근로시간 감축이나 해고 등 노동의 절대량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고용 시장도 암울하게 전망했다. 그는 "지금 추세라면 정부는 취업자 증가 폭이 조만간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최저임금 인상의 이론적 배경이 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결국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서 내수 부양을 시키자는 말"이라며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지금처럼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이것만 높이자는 것은 결국 계급투쟁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그는 "한국 경제의 노동소득분배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노동자 대투쟁을 하던 1980년대 후반"이라며 "당시 연평균 10% 넘게 성장하면서 분배율이 확 올라갔는데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분배율을 높이려면 기업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절대다수 기업의 이익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에 무조건 희생을 감수하라고 하면 주식시장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개선시킴으로써 내수 진작을 하려면 "점진적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복지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으로 그해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공동 수석을 했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