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베리아'와 '서프리카'. 한국의 수도 '서울'이 겨울에는 시베리아만큼 춥고, 여름에는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 지난 1월 26일 서울 기온은 영하 18도로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낮았고, 약 6개월 만인 8월 1일에는 40도에 육박하며 전 세계에서 제일 더운 폭염 도시 5위 안에 들었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도 아니다. 폭염과 혹한은 물론이고 폭풍, 가뭄, 홍수 등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기후변화 가속화와 이를 지연시키려는 각국의 정책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염·혹한에 게임 산업 어부지리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게임 산업 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60~1970년대에는 서울의 일평균 기온이 20도를 넘긴 날이 연 102~107일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132~141일로 30일 이상 늘어났다.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름 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폭염이나 혹한이 지속되면 사람들이 바깥에 나가지 않고 건물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실내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심지어 동네 수퍼마켓에도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달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 대도시에서도 고온 일수가 증가하면서 신선 식품 배달이나 콜택시 서비스, 게임 트래픽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공유 자전거 같은 실외 활동 관련 산업은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어려서부터 놀이터에 나가기보다는 컴퓨터·모바일 게임이 더 친숙한 10~20대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기후변화와 함께 주 52시간 근로 등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 또한 게임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찍 퇴근해 게임을 하며 여가를 보내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379억달러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할 전망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게임 ETF(상장지수펀드)는 출시한 지 2년 반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기후변화 속도가 빠르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도 다른 지역보다 클 것으로 예상돼 게임 산업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고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LNG·탄소배출권 시장 각광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온실가스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이 작년부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에너지 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가 낙후된 석탄 생산 설비를 폐쇄하고 셰일가스 개발, 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LNG 수입량은 최근 2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중국 도시가스와 LNG를 중국에 수출하는 원오케이, 시니어에너지 등 미국 천연가스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한 이후 주요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18%(한국)에서 280%(유럽)까지 상승했다. 각국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정부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배출권 거래 시장에 중국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예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주도하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중국의 참여로 크게 팽창했다"며 "한국도 향후 배출권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배출권 관련 상품으로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을 추종하는 ETF 'CARB LN'과 미국의 ETN(상장지수증권) 'GRNTF US' 등이 있다. 또 아예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이소 기후리더십(Etho Climate Leadership)' ETF도 있다.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자국 내에서 생산하던 제지, 비료, 철강을 수입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편 가파른 기후변화에도 아직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농산물 재고가 줄고 엘니뇨·라니냐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로 가격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