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5일 발표한 5G용 통신칩‘엑시노스 모뎀 5100’. 스마트폰으로 3.7GB(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를 5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요즘 인도에서는 한국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화웨이가 인도 1위 통신업체인 바티 에어텔에 5G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하자, 삼성은 2위 통신업체인 릴라이언스 지오와 손잡고 5G망 구축에 나섰다. 인도는 그동안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텃밭이었다. 삼성이 현지 스마트폰 공장 증설과 함께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하면서 화웨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화웨이는 인도뿐 아니라 유럽의 보다폰·도이치텔레콤·오렌지텔레콤 등 세계 25개 통신업체들과 5G 장비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일본의 NTT도코모·KDDI 등과 공동으로 5G 망 구축·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현재 한 자릿수인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지난 2월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콩그레스) 2018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한 5G용 통신칩‘발롱 5G01’.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5G용 장비와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전(全) 분야에서 선점(先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화웨이가 강점을 가진 장비 시장에서는 삼성이 추격하고, 삼성이 앞선 스마트폰·반도체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삼성 따라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5G 하드웨어의 수직 계열화가 가능한 기업은 세계에서 삼성, 화웨이밖에 없다"며 "두 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부터 반도체, 스마트폰까지 경쟁

삼성전자는 지난 8일 5G를 삼성의 4대 미래 사업 중 하나로 꼽고 수조(兆)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15일에는 세계 통신 기술 표준을 반영한 5G용 통신칩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개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 통신칩은 3.7GB(기가바이트) 용량의 고화질 영화를 5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이 통신칩을 탑재한 5G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5G용 스마트폰 출시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고동진 스마트폰 부문 사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통신업체들과 협력해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용 스마트폰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능이나 모델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갤럭시S10의 파생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 역시 삼성전자와 쏙 빼닮은 전략으로 5G 시장을 공략한다. 화웨이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8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5G 통신칩 '발롱 5G01'을 공개하면서 세계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 타이틀도 화웨이가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5G 스마트폰 상용화를 계기로 단숨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당초 올 연말 5G용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내년 초 중국과 유럽에서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쉬 화웨이 CEO는 지난 6월 중국 MWC 상하이 기조연설에서 "화웨이는 5G의 주요 기술을 이미 다 갖췄다"면서 "다른 통신장비 업체에도 5G 기술특허를 저렴하게 제공해 5G 생태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5G 하드웨어 생태계 장악 통해 5G 시장 먹겠다

5G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경쟁은 이제 막이 오른 상태다. 특히 국내 IT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통신칩과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중국·인도 현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키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5G용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삼성과 애플에 도전장을 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5G는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와 비교해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하는 쪽이 자율주행차와 가상현실 등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단순한 5G 장비 업체를 넘어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삼성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딩 기업'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상태다.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 분야에서 얼마나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