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2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대표 콘텐츠 수출 상품으로 부상하는 게임 산업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 3사인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올해 2분기 매출 합계 1조4096억원을 올렸다. 1분기 1조8779억원에 비해 25%가 줄어든 성적표다. 3사 영업이익도 3799억원으로 1분기에 비해 54%가 빠졌다. 특히 넥슨은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71%가 줄었다. 중견 게임 업체들의 성적도 안 좋긴 마찬가지다. 컴투스는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26% 감소했고, 게임빌은 매출이 19% 준 데다 영업손실(41억원)까지 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이겨냈던 3년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게임 업계의 동반 부진에는 지난해 게임 업계 호황을 이끌었던 대박 게임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이를 대체할 신작 게임이 제때 출시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드물게 출시된 상반기 신작들마저 흥행에 실패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다른 업계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개발 일정도 함께 지연된 탓이 크다.

게임 업계가 신규 채용을 대폭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고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한국 게임 업계 특유의 속도전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있다.

근무 환경 개선되고 일자리 10% 늘어

게임 업계는 야근과 철야 근무로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 '구로 등대', '판교 오징어배'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업계 직원들의 연이은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주요 게임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야근·주말 근무를 최소화해 주당 근무 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 업계 직원들의 근로 환경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넷마블의 개발자 유모(30)씨는 "평일 오후 6시 30분, 금요일에는 5시에 퇴근하면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직원 수도 6개월간 약 10% 증가했다. 근로 시간 단축으로 하락한 작업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게임 업체들은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본지가 국내 상장된 10개 주요 게임사의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총 1만2981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1만1848명보다 9.6% 증가한 수치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500명, 엔씨는 올해 175명을 신규 채용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 종사자가 0.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고용 효자 노릇을 했다.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일자리를 나눠 채용이 늘어난다"는 정부의 논리가 적어도 게임 업계에서는 통한 것이다.

"한국식 개발 속도전은 이제 불가능"

하지만 신작 출시와 실적과 관련해서는 평가가 달라진다. 넷마블은 1분기 신작을 하나도 출시하지 못했고 4월에야 올해 첫 게임을 내놓았다. 기대작인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의 출시도 당초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넷마블은 한 해 신작을 15~20개가량 내놓는 회사였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6월 내놓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가장 최신작이다. 연말 출시가 예고됐던 4개의 PC·모바일 게임 모두 내년으로 출시가 밀렸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게임산업에서는 작품의 완성도 못지않게 출시 시점이 중요하다"면서 "한국 게임의 강점은 속도전이었는데, 한국은 느려지는 반면 경쟁자인 중국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증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경영 압박 요인이다. 넷마블의 상반기 인건비 지출은 1743억원으로 작년 하반기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 체제와 별도로 게임 업계가 트렌드를 읽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경우 올 상반기 꾸준히 신작을 내놓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개발비 200억원을 들인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는 앱 장터 매출 순위 300위권에 머물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산 게임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지나치게 아이템 구매를 요구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며 "과거처럼 속도전을 할 수 없다면 차별화된 양질의 게임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