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모듈을 제작했던 온산공장(해양 2공장)을 매각한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기면서 2016년 1월부터 온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자재, 장비 등을 쌓아두는 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장 폐쇄는 아니다. 작업 물량이 확보되면 다시 가동한다"고 밝혔으나 수주가 기약이 없자 결국 매각하기로 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온산공장 등 유휴 생산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온산공장은 해양플랜트 작업 물량이 많을 때 매입했던 공장인데, 일감이 줄면서 유휴부지가 됐다. 매각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온산공장의 2013년 모습.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을 가동한 지 6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총 2개의 해양공장을 운영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구 방어동 일대에 해양공장(해양 1공장)을 운영하던 중 늘어나는 작업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서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울산 울주군 온산읍 일대에 약 20만㎡(약 6만평) 규모로 온산공장을 만들어 2012년 11월 문을 열었다. 온산공장엔 한때 이곳엔 1000명 넘는 근로자가 근무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빈 땅으로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방어동 해양공장의 일부 부지를 매각하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드마옵코(ADMA-OPCO)로부터 수주한 나스르(NASR) 원유 생산설비를 만들고 있는데, 독(dock·선박 조립 시설)이 있는 부분 등을 뺀 31만2784㎡(약 9만4600평) 크기의 부지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에 팔았다.

현대중공업이 해양공장 부지를 잇달아 매각하는 것은 앞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쟁국들이 싼 인건비로 무장한 상황이라 수주가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영국의 석유화학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진행하는 아프리카 토르투(Tortue) 가스전 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최근 프랑스·중국 컨소시엄에 밀리기도 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발주처가 우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아직까지는 해양 구조물을 중국 야드에서 제작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방어동 해양공장도 나스르 원유 생산설비가 이달 25일 전후로 인도되면 가동이 중단된다. 방어동 해양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것은 1983년 준공 이후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일감을 수주하면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당장 수주를 한다고 해도 설계 등 사전작업이 필요해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울산 방어동의 해양 1공장. 한 번에 16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갠트리 크레인이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앙골라의 수도인 루안다에 두고 있던 1인 지사도 폐쇄하기로 했다. 루안다 지사는 해양설비 부문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아프리카 시장이 축소되자 이달 말에 철수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어 해당 부문 인력 2600명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고 필수 인력도 기본급 20%를 반납하도록 노동조합에 요청한 상태다. 필수 인력은 영업, 설계, 기완료 프로젝트 보증 인원 등이다. 회사 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조선 물량을 해양부문으로 넘겨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남은 인력도 유급휴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급휴직은 본인 동의가 없으면 시행할 수 없다. 노조는 회사가 계속 무급휴직을 강요하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