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회의도 취소하고 대책 발표 - 한승희 국세청장이 16일 오후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정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반발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책으로 정부가 또 하나의 선심성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세무 조사를 면제해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국세청은 16일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와 신고 내용 확인(사후검증)을 전면 유예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자영업자와 상공인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국세청은 당초 16일 예정돼 있던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취소하고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급히 일정을 바꿨다.

국세청은 먼저 영세 자영업자 519만명과 조세특례제한법상 소기업과 소상공인 법인 50만개 등 총 569만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와 세무 신고 내용 확인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사업자의 89%, 법인 중 70%에 해당한다. 다만 부동산임대업, 유흥업 등 일부 업종과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제외된다. 이와 함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 기한 연장이나 징수 유예를 폭넓게 허용하고, 올해 도입된 체납액 소멸제도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체납액 소멸제도는 폐업한 사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면 세금 체납액 중 3000만원까지 납부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대한 수정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최저임금으로 고사에 몰린 편의점 업주 등은 세무조사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인건비가 무서운 것"이라며 "(세무조사 면제는) 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또 재정으로 감당하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한승희 청장은 "세수 부담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신고 확인 유예로 자영업자 50%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