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기업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 시각) 텐센트의 주가는 전날보다 3.6% 하락한 336.3홍콩달러(약 4만831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3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인 474.6홍콩달러(약 6만8186원)에 비해 30%가량 하락한 수치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텐센트의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2분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36억8000만위안(약 12조7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 줄어든 179억위안(약 2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2005년 3분기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에선 텐센트와 함께 이른바 'BAT'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중국의 구글' 바이두의 주가도 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 위안화 평가 절하 등 좀 더 구조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알리바바의 현재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24%가량 하락했고, 바이두의 주가 역시 20%가량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텐센트 부진이 터키 문제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AT' 주가 하락으로 중국 경제 우려 확산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을 뜻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기업의 최근 주가가 부진한 것은 사용자 수 증가가 둔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면, 중국의 기술주의 부진은 미국·중국 간의 무역 분쟁, 위안화 절하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다이 번스틴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터넷 공간(기술주)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매크로(거시 경제)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하이·선전증시의 우량주를 모은 CSI 300지수가 올 들어 18% 추락하고,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가치가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들도 중국 경제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9.1%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는 물론, 전월 증가율(9%)도 밑돌았다. 7월 산업생산 역시 6.0%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6.3% 증가)를 충족하지 못했다.

영국 경제 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경제 지표가 나빠진 것은 무역 갈등만큼이나 큰 위협"이라면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올해 내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의 위험 요소… '3대 회색 코뿔소'

무역 분쟁 등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중국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터지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만약 중국 경제에 외부로부터의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3대 회색 코뿔소'들이 경제 위기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색 코뿔소란 경제주체들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고 거대한 파급력을 가졌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애써 무시하는 위험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에선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을 회색 코뿔소로 꼽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168%로 미국(72%)이나 유럽(105%)에 비해 훨씬 높다. 부동산 개발 투자액이 10조위안(약 1639조원)을 넘어서면서 부동산 재고 소진 기간이 2010년 4년에서 2017년엔 8년으로 두 배로 뛸 정도로 부동산 거품도 쌓였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 급증한 것도 위험 요소다. 중국의 GDP 대비 그림자 금융 비율은 2011년 29.6%에서 2016년 62%로 급등했다.

중국에 위기가 닥치면 한국으로도 위기가 전염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하락하고,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줄어든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