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오는 17일과 29일 열리는 두 번의 공판을 끝으로 2심 재판은 모두 마무리된다.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은 약 한 달의 숙고기간을 거쳐 9월말쯤 나올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 '대가의 인식' 여부와 ‘묵시적 청탁’의 성립여부를 놓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터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오는 17일 오후 2시10분 신 회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29일 역시 동일한 법정에서 같은시간에 재판이 열린다.

이번 재판은 신 회장의 ‘제3자 뇌물죄’ 사건과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사건이 병합됐다. 재판부는 각각의 범죄사실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경영비리 사건은 신 회장 뿐만 아니라 아버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씨 등 롯데 총수 일가와 황각규 롯데 부회장, 소진세 롯데지주 사장, 채정병 전 롯데그룹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고문 등이 피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 검찰 vs 롯데 첨예한 대립...3대 쟁점은

관심은 지난 2월13일 신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제3자 뇌물죄’ 판결이다. 신 회장은 최순실씨가 주도한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세 가지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원의 대가성 여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진술의 신뢰성,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필수적이었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진술과 수첩, 대규모 로비 필요성을 언급한 롯데 내부문서 등을 근거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안 전 수석은 1심 법정에서 “2016년 3월11일 신 회장과 만나 배석자 없이 오찬을 가졌다”며 “신 회장이 당시 특허 탈락에 따라 생기는 고용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 얘기했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은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전 수석이 처음에는 신 회장을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후에 만난 기억이 난다고 증언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후원금 70억원이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이 엇갈린다. 롯데측은 현대자동차, KT, SK 등 박 전 대통령과 독대 후 지원금을 낸 기업들의 예를 들며 70억원의 지원금이 뇌물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강요된 ‘준조세성 출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70억원의 뇌물을 건넸고,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할 때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청탁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 회장이 형 신동주 회장과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했다는 검찰의 주장과도 관련이 있다. 검찰은 “롯데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재취득하지 못하면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를 위해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에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한 것”이라 밝혔다.

롯데측 주장은 다르다. 월드타워 면세점 비중이 높지 않아 특허권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호텔롯데 상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롯데 변호인측은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부문에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은 소공동 면세점이고, 월드타워 면세점은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된 것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취득 실패 때문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보석 불허한 재판부 ‘신중’...묵시적 청탁 대가 인식 판단이 관건

업계는 2심 판결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법원은 신 회장과 똑같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석방했지만 얼마 후 신동빈 회장에게는 유죄를 선고했다. 제3자 뇌물죄는 반드시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특히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인 ‘묵시적 청탁의 대가 인식’과 관련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뇌물을 받은 사람과 뇌물을 준 사람 쌍방간에, 어떤 대가에 대해 공통의 인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대가의 인식’ 판단은 애매모호하다.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이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서로 말은 하지 않았는데 생각은 같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다. 검찰과 롯데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다.

롯데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보석(保釋) 신청도 허락하지 않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 주장이 팽팽한 상황이라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도 “재판부마다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도 다른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