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으로 카드수수료 0%인 소상공인페이를 내놓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준비한다고 한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전면에 나섰지만 은행의 개인 계좌에서 소상공인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중소상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결제는 연간 800조원에 달하며 전체 결제금액의 80%를 넘는다. 정부가 소비를 진작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금 공제를 유인책으로 제공해 온 결과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그 내역이 자동적으로 국세청에 통보되는 선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은행, 신용카드, 밴(VAN),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이 연계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대가다.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최대 43일 간의 단기 여신 비용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신용카드는 화폐발행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현금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2020년을 목표로 동전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소상공인페이, QR페이, NFC 등 다양한 페이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기술적인 방식의 구분일 뿐 결국은 신용거래 아니면 구매자의 계좌에 있는 현금을 소상공인에게 즉시 이체하는 직불거래로 구분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현재의 신용카드 대신 직불거래를 택할 이유가 별로 없다. 상반기 직불카드 결제건수가 2만3000건에 총 결제액이 8억원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QR페이의 편리성과 세금공제 40%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신용카드도 이미 다양한 모바일페이로 발전하고 있다. 신용카드에서 제공하는 각종 연계 할인, 발레파킹 등의 서비스, 항공 마일리지, 무상 할부 등은 수십년동안 구축되어 온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제공하겠다는 유인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부의 안은 신용카드와 VAN사의 망을 활용하고 있는 신용거래의 수수료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으니, 금융망을 활용해 수수료를 0%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은 정부가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구축 비용뿐 아니라 금융망의 24시간 연장 운영 비용을 포함한 총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현금 거래에 준하기 때문에 소상공인이 지불하는 수수료에서 여신 비용을 제외하고 비교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수수료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신용카드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신용카드사가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를 판매자가 지불하는 제도이다. 매 거래마다 승인하고 기록하고 추후에 청구하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비용과 시스템 비용이 수수료 형태로 부과되고 있다.

0% 수수료는 선동적 표현에 불과하다. 매 거래에 대해 소상공인이 지불하던 수수료를 전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거래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것을 엉뚱하게 전국민이 나누어 부담케 하는 꼼수이다. 차라리 소액 결제에 대해 신용카드를 거부하고 현금 거래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나 이는 또 현금없는 사회로 진행하는데 역행하는 것이다.

과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직불제도를 QR로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가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느라 국고를 낭비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일정금액 이하의 소액 거래에 대해 소상공인 대신 구매자에게 1% 정도 부담시키는 것을 비롯해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