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생명 보험회사 디스커버리. 기자가 이 회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앱(응용 프로그램) '바이탈리티(Vitality·활력)'를 스마트폰으로 작동하자, 하루 흡연량·주량·운동량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잠시 뒤 바이탈리티 앱은 기자의 답변을 토대로 계산해 기자의 건강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살 많다는 결과를 내놨다. 동시에 일주일 단위의 건강 목표치를 짜서 알려줬다.

이날 스마트폰에 있는 걸음 측정 기능을 켜고 하루 목표치로 제시해준 7500보를 모두 걸으니 50포인트가 적립됐다. 일주일 목표 점수인 250점을 다 채우면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쿠폰이나 음악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1개월 이용 쿠폰 등이 제공된다고 한다. 점수를 채울수록 주 단위 목표 점수가 올라가면서 혜택도 다양해지는 셈이다.

리 코리건 디스커버리 이사는 "고객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도록 다양한 할인 혜택과 쿠폰을 제공한다"며 "동기 부여를 통해 회원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험과 건강관리 기술 융합

디스커버리는 보험(Insurance)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인슈어테크(InsurTech) 분야 선두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남아공 보험회사 디스커버리는 스마트기기로 운동량을 측정하면서 건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목표 운동량을 포인트로 제시해 이를 채우면 쿠폰 등을 제공한다. 작은 사진 왼쪽은 애플 워치로 걸음을 측정하는 모습. 오른쪽은 적립 포인트를 스마트폰 앱으로 보여주는 장면.

1992년 설립된 남아공 토종 보험회사지만 1997년 건강관리와 보험을 결합한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남아공에서 처음 선보인 뒤 현재까지 유럽·아시아 16개국에 진출했다. 전 세계 회원만 800만명에 달한다. 전통적 보험회사는 건강할 때 가입한 고객이 병들거나 사망하면 보험금을 주는 방식이지만, 디스커버리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고객의 운동량을 측정하면서 고객 건강을 적극 관리한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고객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누리면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액을 줄여 이윤을 확대하는 윈윈(Win-Win)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탈리티가 주는 혜택은 남아공의 다양한 유통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요하네스버그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넬슨만델라스퀘어. 식료품점, 운동용품 매장에 진열된 물품 곳곳마다 '바이탈리티'란 문구가 붙어 있다. 상점 직원은 "바이탈리티 표지가 붙은 물품들은 모두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상품들"이라며 "바이탈리티 상품을 구매하면 25%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걸음과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애플워치·핏빗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워치 제품을 15%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휴 헬스클럽을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면 혜택을 더 주고, 고객이 1년 동안 건강관리를 성실하게 하면 보험료도 깎아준다.

◇AIA생명과 이르면 이달 한국서 출시

남아공에 있는 보험회사가 IT를 접목한 건강증진형 보험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까닭은 남아공 시장 환경 요인도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6400달러(약 722만원)에 불과한 남아공은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6명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샤넌 매티슨 디스커버리 이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건강관리를 돕는 보험 상품을 고안했다"며 "현재 남아공 평균 수명은 63세지만, 바이탈리티 고객은 선진국 수준인 81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남아공 300만명 고객의 운동량과 행동 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그에 맞는 건강 프로그램과 보상 수준을 정하는 보험 설계 역량이 디스커버리의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특히 걸음과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착용형) 시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바이탈리티 상품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릿수씩 성장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2004년 영국에 진출한 이후 현재 16개 나라에서 바이탈리티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지난 4월 AIA생명과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르면 이달 정식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AIA생명은 SK텔레콤·SK C&C와 함께 통신요금 할인, 스타벅스 커피 쿠폰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배리 스왓츠버그 바이탈리티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일본처럼 저출산·고령화를 겪으며 신규 가입자 모집이 어려워지는 보험 시장에서 건강에 관심이 높은 젊은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