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노트9이 미국에서는 반값 할인이나 '1+1'(하나 사면 하나 무료)'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사전 예약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소비자는 봉이냐" "왜 혜택을 미국에만 주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도 전에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건 일은 국내에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14일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국내 고객이 봉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내 통신업체들도 "조건을 따져보면 미국의 '1+1'도 큰 혜택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실제 그런지 미국과 한국에서 갤럭시노트9 구매시 기기 값과 구매 조건, 요금제 등 실(實)비용을 따져봤다. 국내에서는 왜 1+1과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이 없는지 이유도 분석했다.

미국 통신업체의 '1+1', 얼마나 싼가

미국에는 1+1(Buy One, Get One) 마케팅이 일반화돼 있다. 미국 4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 T모바일은 모두 이런 1+1이나 50%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한 통신업체가 이 마케팅을 시작하면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 업체들도 비슷한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세히 따져보면 결코 공짜가 아니다. 한 대 살 때 한 대를 공짜로 주지만, 두 대 모두 반드시 2년 약정에 특정 요금제 이상으로 가입하거나 기존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1위 버라이즌은 갤노트9 128GB(기가바이트) 모델을 사면 한 대를 무료로 주지만, 두 대 모두 월 최소 65달러(약 7만3000원, 부가세 제외)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 2년을 써야 한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한 대는 반드시 신규 회선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비(30달러)도 내야 한다. 2년간 총비용을 계산하면 세전(稅前) 4150달러(약 468만원) 정도다. 미국은 주(州)마다 부가세(4~10%대)가 다르지만 평균 7%로 계산하면 갤노트9을 두 대 받아 2년간 쓰는 총비용은 496만1550원이다. 대당 248만775원꼴이다.

반면 SK텔레콤에서 버라이즌과 같은 조건의 6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하면 2년간 총비용이 227만9860원이다. 미국보다 20만원 정도 저렴하다. 한국에서는 갤노트9은 제값을 주고 구매해야 하지만 2년간 통신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 약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갤노트9 출고가(128GB·세전 기준)도 한국이 99만5000원, 독일 107만1000원, 미국 110만원으로 한국이 외국보다 비싸지 않다"고 밝혔다.

1+1 마케팅, 한국은 못 하나 안 하나

국내에서 1+1과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보조금의 차등 지원을 제한하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같은 규제 탓도 있다. 미국처럼 무료로 갤노트를 주는 대신 반드시 신규 가입을 해 고가 요금제를 2년간 쓰도록 강제하는 방식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에서 스마트폰 보조금 상한선 규제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특정 요금제 가입 조건에 따라 1+1을 내거는 식의 마케팅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선택 약정 할인율 상향, 저소득층 할인 확대 등 정부의 강력한 통신 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업체들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파격적인 마케팅을 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1+1과 같은 마케팅도 제조사가 동의하고 재원을 보태주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이 갤럭시S9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출시 초기부터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국가별·시기별·통신사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마케팅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