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건물 출입구에 있는 보안검색대에서 짐검사를 받던 공무원 A씨는 “가방 안에 ‘손풍기(휴대용 핸디선풍기)‘ 있으시죠?”라는 보안 담당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날 외근을 나갔던 A씨는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를 이겨보고자 청사로 복귀하는 길에 문구점에서 1만원짜리 손풍기를 샀다. 그러나 손풍기는 정부서울청사 건물 내부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청사 건물 입구에서 보안 담당 직원의 제재를 받은 것이다.

A씨는 이마로 흘러내리내리는 땀을 연신 닦으면서 가방에서 손풍기를 꺼내 보안검색대에 비치된 보관용 바구니에 넣었다. 바구니에는 이미 수십대의 손풍기가 쌓여있었다. A씨는 “정부청사 건물에 에어컨이 켜져있더라도 설정된 적정 온도가 높아 일을 하다보면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울 때가 많다”며 “손풍기로 더위를 이겨내려고 했는데 반입이 안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건물 모습.

현재 정부서울청사는 스탠드형 선풍기를 제외한 탁상형 선풍기와 ’손풍기(휴대용 핸디선풍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청사 입구 보안검색대 보관용 바구니에 손풍기를 넣어뒀다가 건물을 빠져 나갈 때 돌려받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건물에 미니 선풍기 반입이 금지된 이유는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서울청사 관계자는 “청사에서는 선풍기가 최근 화재 사태가 난 BMW 차량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인가 배터리가 탑재된 제품의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어 부득이 하게 건물 내부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5월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손풍기가 폭발하면서 학생 13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손풍기 관련 사고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손풍기 관련 사고는 2015년 2건, 2016년 4건에 그치더니 작년에는 33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손풍기 배터리 폭발이나 화재, 과열 사고는 20건으로 전체 중 절반을 차지했다.

서울청사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들이 손풍기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퇴근할 경우 밤사이 과열로 인해 불이 날 수 있다”며 “서울청사 건물이 노후해 작은 불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손풍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손풍기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많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청사 건물들은 최근 26.5~28.5도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고, 냉방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다. 그러나 기준 온도 자체가 높고 인체 열과 각종 전자기기 열기가 더해지면 더울 수밖에 없어 개인 손풍기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청사공무원 B씨는 “공무원들이 더위를 이길 자구책으로 손풍기를 선택했지만 반입 자체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찜통 속에서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다”며 “청사 내부 적정 냉방 온도 기준을 낮춰 더 시원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 손풍기 반입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력난을 우려해 냉방 온도 기준을 낮출 수 없다면 사용 매뉴얼이나 안전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손풍기 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유연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