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사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지주 1위 탈환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대어를 낚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한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인수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상태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자산과 순이익 기준으로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1위에 복귀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ING생명이 ING그룹과 맺은 브랜드 사용계약 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인수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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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ING생명 지분 59.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ING생명 인수 추진) 방향은 정해져 있으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9개월을 기다려왔는데 지나온 시간보다는 남은 시간이 짧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조 회장은 민감한 협상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ING생명이 상장사이고 아직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는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서 2조5000억~3조원을 제시했다가 ING생명 지분 매각에 실패했던 MBK가 이번에는 2조5000억원 미만으로 매각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BK와 신한금융은 정확한 딜(거래)의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MBK가 2조4000억원을 제시했으며 신한금융은 이를 더 낮추기 위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측 고위 관계자는 “매각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가격 외에도 다양한 계약조건들이 있어 아직은 신중히 지켜봐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양측은 가격 외에도 직원 고용승계 등에 대한 협상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오는 16, 17일 상반기 실적결산확정을 위한 정기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력 경쟁 인수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협상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셈이다.

◇ 1년만에 금융지주 1위 탈환할듯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KB금융에 밀리면서 당기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1등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이 지난해 지주사 설립이래 최대 순이익인 3조3119억원을 달성한데 비해 신한금융은 2조91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신한금융이 1위 금융지주 자리를 내준 건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 상반기에도 재현됐다.

그러나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1위 금융지주 탈환은 시간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으로 보면 KB금융이 463조원, 신한금융이 453조원으로 KB금융이 10조원 더 많지만 ING생명의 자산인 31조원을 더하면 신한이 21조원 더 커지게 된다.

순익의 경우 향후 변수는 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KB금융이 1조9150억원, 신한금융이 1조7956억원으로 KB가 신한보다 1194억원 더 컸다. 그러나 ING생명의 상반기 순이익 1836억원을 더하면 신한이 642억원 더 많아진다. 덩치와 순익 모두 신한이 1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에 편중된 그룹 순이익 포트폴리오도 개선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인수 후 비은행 부문 보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이익(1조7956억원)중 신한은행이 1조2718억원으로 70.8%, 신한카드가 2819억원으로 15.7%를 각각 차지했다. 신한생명은 700억원(3.9%)에 불과했지만 ING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1836억원)을 더하면 2536억원으로 카드에 이은 수익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는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라고 평했다. 보험업계에서도 KB금융보다 신한금융의 인수의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중위권 수준의 생보사를 이미 보유한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는 게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이 업계 최고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후 부담이 덜한 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의 경우 ING생명이 455.3%로 25개 생보사중 가장 높았다. 같은 시점 생보업계 평균인 267.6%에 비해 187.7%포인트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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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흥은행, LG카드 이어 도약발판되나...11년만에 되살아난 신한 M&A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권 인수합병(M&A)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유수의 금융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간은 M&A 시장에서 주춤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KB금융은 대형 손보사인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을 각각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앞서 신한은행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동화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어 2001년 정부가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이후 신한금융은 제주은행과 굿모닝증권(이상 2002년), 조흥은행(2003년), LG카드(2007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 성장의 핵심을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로 꼽는다. 신한금융은 조흥은행 인수를 통해서는 오래된 고객을 확보해 저원가성 충성고객을 대거 확보했다. 조흥은행은 지난 1897년 출범한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이 전신이다. 신한은행은 한참 후인 1982년 설립됐다. 또 LG카드 인수를 통해서는 업계 1위 카드사를 거느린 금융지주로 단숨에 도약했다. 특히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 환입으로 재미를 봤다. LG카드는 한 때 신한은행의 분기순이익을 추월하는 등 그룹 수익성을 높이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주가는 조흥은행 인수 후 3배 올랐고, LG카드인수 후에도 2배 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 후 11년 간 이렇다 할 M&A가 없었는데 그룹 차원에서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글로벌강화와 디지털금융 등을 통해 KB금융과 1위 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