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디스플레이 학계의 권위자인 이창희(54·사진)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연구 담당 부사장급 임원으로 영입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차세대 기술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까지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서울대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이 교수를 연구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UC샌타바버라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OLED·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재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QLED의 발광 효율과 수명을 크게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회의 석학회원으로 서울대 공대 연구부학장과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삼성의 거듭된 요청에 정년이 보장된 서울대 교수직을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차세대 기술인 QLED 연구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동료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차세대 QLED 디스플레이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도 "현재 재료를 비롯해 QLED 원천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이 쥐고 있다. 우리도 시급하게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었다.

삼성의 이 교수 영입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LED 분야에서 확실한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삼성과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상황"이라면서 "이 교수 영입은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조기 상용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