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신규 원전 2기(신한울 3·4호기) 사업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신규 원전 4기(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사업에 대해 백지화 결정을 내리면서도, 신한울 3·4호기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을 뒤집은 조치다.

원자력업계는 “신규 원전 건설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업인데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수원이 이미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수원은 14일 공개한 반기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백지화와 관련한 영업외비용 7282억원을 올 2분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상차손 5652억원, 발전사업 허가를 받지 못한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는 영업외비용 339억원이 발생했다.

특히 신한울 3·4호기 사업에 대한 진행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1291억원의 손상차손 처리를 했다. 한수원은 “신규 건설중인 원전 중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는 이사회 건설 중단 결정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정부 권고안에 따라 건설 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원자력업계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사업 진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이 약 6400억원에 이르며, 협력업체 등의 소송 제기 시 배상 비용도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사업 마저 백지화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하는 원전은 단 1기도 없게 된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신한울 3·4호기는 어떤 근거로 건설 중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에너지 공기업이 중요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한다면 누가 신뢰하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