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설치량 기준)가 75기가와트(GW)에 그쳐 지난해(99GW)보다 2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적중한다면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세계 태양광 시장이 성장세를 멈추고 내리막길에 접어들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지도자의 무역전쟁, 보조금 축소에 따라 된서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 2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카드를 꺼내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수입되는 태양광 셀·모듈에 15~30%의 관세를 부과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 6월 중국 전역의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건설 중단과 태양광 발전 보조금 삭감 등을 발표했다.

칠레 북서부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 골드만삭스 “올해 태양광 설치 24% 줄어들 것”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 전망에 대해 “태양광 설치가 24% 줄어드는 가운데 전체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은 12~32% 증가를 보일 것”이라며 “태양광 셀 제조의 경우 24~32%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문제는 공급은 늘어나는데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수요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세계 태양광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올해 태양광 모듈·장비 판매가 40% 감소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에 수입되는 태양광 셀·모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일본, 인도 등의 시장 역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기사에서 중국 태양광 업체의 발언을 인용, “중국의 태양광 부문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효 후 25억달러(2조8330억원) 이상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나 관련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 상반기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인도, 터키 등의 양호한 성장세로 미국 시장 감소분을 상쇄했다”면서 “하반기는 중국 수요 절벽을 대체할 지역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태양광 제품 가격 폭락…”내수 시장 활성화 필요”

태양광 업계에서는 중국발 수요절벽이 세계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태양광 관련 제품들이 가격 급락 현상을 보여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경우 충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7월 기준 폴리실리콘(태양광 원료) 가격은 Kg당 11.2달러를 기록, 6월 한달 동안에만 25% 하락했다. 연초(Kg당 16달러) 대비 5달러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하반기에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10~12달러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전지와 모듈 가격 역시 올 5월까지 안정된 흐름을 보이다 6월에 폭락세를 보였다.

국내 기업들은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과 경쟁 심화로 하반기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중국 내수 시장이 축소되자 중국 기업들이 만회 차원에서 유럽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세계 태양광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최선의 방안은 내수 시장 활성화”라고 했다. 현재 내수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태양광 사업개발 관련 인허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