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이란, 그리고 터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다가 얻어터지는 나라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면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적대국들만 괴롭힌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독일 등 우방국도 건드렸다. 트럼프는 모두 건드렸고, 정치적·지정학적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이 그에게 유독 대들었(?)고, 트럼프가 이들을 다시 때린 국면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미FTA 재협상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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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터키 위기는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말, 이탈리아 정치 이슈가 불거질 때는 크게 리스키하지 않다고 봤다. 당시 이탈리아 2년물 금리는 2.1%까지 치솟았지만, 채권을 들고 있는 투자자가 이탈리아 내국인인 데다, 유로존 내 일개 국가의 리스크가 유럽 전반의 위기로 번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6월 아르헨티나 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신속하게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긴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렇게 신흥국 위기가 끝나는 듯했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터키가 다른 것은 딱 하나다. 터키는 지금 독재자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

독재국가가 아니면, 자국 내에서 견제장치가 발휘된다. 비현실적인 정책을 펼칠 때, 상대방이 들고일어나면 어느 정도는 완충이 가능한 법이다. 최소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견제장치가 발동할 것이란 일말의 기대가 있어야만 “그래도 지켜보자”는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 (만성 적자국인 터키는 자본계정에서 외국인 자본이 안정적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외환시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하지만 지금 터키는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고 마땅히 제동을 걸어줄 만한 이가 없다. 터키는 진작에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아쉽게도,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끝까지 가볼 생각인 것 같다. 금과 달러를 리라화와 바꾸고 신께 기도를 올리자고 하고 있으니.

이번 터키 이슈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 이는 신흥국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터키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금융 불안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이쪽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잇따른 신흥국 위기는 신흥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경제전쟁 미사일은 해당 신흥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이벤트는 이달 말 관세 발효 여부, 다음달 FOMC 회의, 10월 환율 보고서 발표 등이다. 모두 달러 강세 이벤트다. 작은 돌도 끊임없이 맞으면 결국엔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