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작년 3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의 원인을 파악했다는 사실이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지금까지 BMW는 "올해 6월에야 EGR 결함으로 화재가 났다는 걸 알았다"는 입장이었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 신보라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BMW 결함 시정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 BMW는 BMW535d 등 디젤차량 2412대에서 EGR에 문제가 발견됐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안전진단 받으려… 도로까지 늘어선 BMW - 1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BMW 서비스센터 앞 도로에서 BMW 차량들이 차량 안전 점검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BMW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에 따른 리콜에 앞서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BMW는 당시 보고서에서 "EGR 냉각기 내부 배출가스 관로 막힘이 문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결함을 기술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라"는 환경부 요구에 대해 BMW는 작년 10월 추가 보고서를 내고 "EGR 냉각기 내 차가운 냉각수가 배출가스관으로 누수돼 냉각기 표면에 발생한 그을음으로 EGR 냉각기의 관로 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극히 드문 경우, EGR 냉각기가 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BMW의 이런 자체 진단은 최근 잇따른 BMW520d 차량의 화재 원인에 대해 BMW 측이 밝힌 설명과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냉각수 누수로 냉각 기능 저하→EGR 내부 배기가스 온도 상승→파이프에 이물질이 쌓이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BMW535d에 장착된 EGR 냉각기는 BMW520d의 것과 같은 부품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결국 BMW가 이미 작년 3월부터 EGR 문제를 확인하고도 '정확한 원인 검증'을 이유로 1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당시에 EGR 냉각기 결함으로 부품 파손 가능성은 인지했지만 화재로 이어질 연관성까지는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MW가 EGR 소프트웨어를 통해 EGR 가동률을 과도하게 높인 것이 또 다른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환경부는 2016년 디젤차 20종의 배출가스 검사를 했는데, 이 중 BMW520d만 0.07g/㎞를 기록해 기준치(0.08g/㎞)를 충족했다. 20개 차종의 평균치인 0.48g/㎞보다 현저히 낮다. 결국 무리하게 EGR를 돌리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이 냉각기에 과부하를 일으켜 화재가 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13일에도 차량 두 대에서 화재가 났다. 올해 39대째다. 신보라 의원은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로 국민 사이에 퍼진 'BMW 화재 공포'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