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첫 도입 논의…대통령 지시로 급물살탈듯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중소 면세점과 대기업 면세점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와 중소 면세점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환영한 반면, 대규모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대기업 면세점과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의 출국장 면세 구역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2003년부터 논의된 입국장 면세점 문제가 급속도로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면세·항공 업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업체별로 입장조율이 되지 않아 공식적 의견은 내지 않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에 쌍수를 들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여행 전에 사고, 물건을 찾아 출국하는 것이 불편했다”, “출국장 면세점 이용자가 많아 힘들었는데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분산돼서 좋을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2002∼2017년 공항 이용객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편의 증대를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했다.

중소 면세점들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환영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입점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해서 기대감이 있다. 다만 임대료와 영업요율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 등 대형 면세점들은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입국장 인도장 도입과 면세 한도 증액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면세 한도는 600달러로 미국(1600달러), 일본(20만엔·1813달러), 중국(8000위안·1163달러)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온다고 해도 면세 한도가 그대로라면 내국인의 소비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도입하면, 사실상 불편함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미온적인 것은 기존 출국장 면세점 또는 시내 면세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기존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 계약에 변화가 생겨 임대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업계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기내 면세점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지난해 기내 면세점사업을 통해 각각 1699억원, 964억원의 매출을 냈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면 세관검사 절차 등이 강화돼 입국 시간이 크게 늘고 수하물 회수 과정에서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며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유명 공항들도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소극적인 입장"이라며 "정부의 기대만큼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기내에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기내 면세점 도입을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