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비용 11조2000억원...2014년 소치올림픽의 5분의 1
24만점 가구 렌털방식 아닌 직매입 후 리퍼브에 매각...비용절감 효과

전세계인을 웃고 울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지 6개월여가 지났습니다.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참여했었는데요.

이들이 짧으면 2주, 길게는 한달여간 사용한 침대, 소파, 옷장, 냉장고, TV, 식탁, 책장 등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 물량만 해도 24만점으로 어마어마합니다. 동계올림픽 대회 기간 선수 개인에게 지급한 가구와 가전제품이 약 80여개 품목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2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모습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전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전 각종 대회 때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가구 등을 대여전문 업체(렌털회사)에 빌리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남은 가구의 뒷처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린 조직위원회는 직접 매입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샘 등 브랜드 가구회사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대회가 끝난 후에는 리퍼브 전문 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입니다. 리퍼브는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변심이나 박스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 전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렌털회사를 통해 100원에 빌릴수 있었던 제품을 150원에 직매입하고 80원에 리퍼브 업체에 팔아 결국 비용 70원만 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최근 CNN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된 비용은 약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5분의 1 수준이었다며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비용절감 효과를 소개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리퍼브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반품 후 엄격하게 품질검사를 거쳐 새롭게 포장 판매되는 만큼 기능이나 성능은 새 제품과는 별 차이가 없지만 신제품의 절반 안팎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애프터서비스(A/S)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리퍼브 전문회사들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던 가구, TV, 냉장고 등을 되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전국 각지의 리퍼브 업체들이 뛰어들었습니다. 관건은 물류비였습니다. 당시 눈이 많이 와 물류 기사들을 구하기가 어려워던 탓입니다. 리퍼브업계 1위 업체인 올랜드아울렛 등이 물류비 12억원을 들여 대량의 제품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현재 매장에서 최대 60% 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공무원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것을 기피해 렌털 회사를 선호했는데, 이번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