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동안의 상승분을 잃는데 하루면 충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 속에 10일 다시 2280선으로 후퇴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8월 들어 방향성을 잃고 오르고 내리기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 탓에 해외 증권사의 투자보고서 한 장에 전자‧전기 업종 전체가 흔들렸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남북고위급 회담 소식 하나에 경협주로 몰려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91%(20.92포인트) 떨어진 2282.79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81억원, 875억원을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이 1497억원어치를 ‘사자’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관은 8월 들어 83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 거래는 장 막판 매수 폭을 줄이며 62억원 사자 우위를 기록했다. 비차익 거래는 937억원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 역시 0.59%(4.67포인트) 하락해 784.81로 장을 마무리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23억원, 274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만 821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제공

◇ 모건스탠리 ‘주의’ 한마디에 전기‧전자업종 ‘휘청’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전기‧전자업종 종목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시가총액 2위업체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3.2%(1500원), 3.72%(2900원) 내렸다.

이외에도 삼성SDI(006400)(-6.56%), 삼성전기(009150)(-5.74%), 삼화콘덴서(001820)(-5.60%), 대덕GDS(-5.45%) 등의 하락률이 5%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하락의 원인으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9일(현지 시각)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최하위 단계인 ‘주의(cautious)’로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배포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별 종목의 실적은 사실 하루 만에 달라질 게 없다”며 “전기‧전자업종 하락세는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업종의 외국인 수급이 얇아진 상태인 만큼 작은 충격에도 휘청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 2위만 내린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돼 다른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상위주들 역시 좋지 못한 흐름을 보였다. 셀트리온(068270)(-1.09%), LG화학(051910)(-2.6%), NAVER(035420)(-1.03%) 등의 주가가 내렸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전날 종가보다 0.87%(4000원) 상승해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 “다음주에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

반대로 남북경협주는 13일 통일각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연다는 소식에 상승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것들이었다. 부산산업(011390)이 23.67%(4만4500원) 올라 23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일제강(002690)(15.8%)과 한일현대시멘트(14.54%), 대호에이엘(069460)(11.49%), 범양건영(002410)(10.92%) 등도 10%대의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정 이벤트나, 종목별 실적에 따라 장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 그 이상을 견인할 재료는 부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뚜렷한 시장의 색깔을 찾기 힘든 가운데, 개별 종목별 실적에 장세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경기도 도라전망대에서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주들 역시 지수 하락 속에 힘을 내지 못했다. 특히 전날 강세를 보였던 바이오주가 일제히 약세로 전환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0%(900원) 하락했고, 신라젠(215600)(-3.05%), 메디톡스(086900)(-2.29%), 바이로메드(-0.69%) 등도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그나마 올해 2분기(4~6월)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펄어비스가 4.95%(1만1200원) 오른 23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투자자들을 웃게했다. CJ ENM(035760)(4.49%)과 스튜디오드래곤(253450)(1.95%)도 기관이 각각 229억원, 85억원 순매수한 데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