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비슷한 대만, 그리고 브라질, 인도, 아르헨티나 등 '문제국'까지 최근 들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만 '글로벌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제는 '신흥국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기 낯뜨거워졌다.

한국만 안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①(물귀신 같은) 중국 ②경기 부진(and 경제정책 실종) 등이 꼽힐 것이다. 둘 모두 지겹게 많이 나온 이야기이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수급 이야기다.

수급 주체는 크게 3개가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

아무리 싸도 결국은 누군가 사줘야 오른다. 지금 상황에서 지수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먼저 외국인. 외국인은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상 들어올 것 같지 않다. 이같이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개인은 글쎄, 기대하기 어렵다. 키움증권 홍춘욱 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인은 지수 상승을 확인한 뒤 매수하려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개인의 증시 유출입은 지수를 12개월 후행한다.

마지막으로 기관.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기관이 나서줘야 하는데, 가능성이 있을까.

그런데 기관의 요즘 행동은 밉상이다. 기관은 연초 이후 5조2000억원을 팔았다. 많이 판 것 같은 외국인(2조9200억원 매도)보다 기관이 더 많이 팔았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코스닥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400억원, 6900억원 팔았다. 두 수급주체가 계속 팔고 있으니 지수는 위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없다.

기관은 왜 팔고 있을까. 여기저기 물어보니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국내 증시를 좋게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타만 친다. 둘째, 돈도 없다. "싸다" 싶어도 결국은 돈이 있어야 사는데, 너무 모자라다.

세 번째 이유. 이 이유가 가장 크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각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수 기관이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팔기 전에 팔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사실 이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도 하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팔기 시작하면 게임은 끝난다. 그 전에 팔아야 한다"고.

국민연금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비빌 언덕이 돼 왔다. 국민연금은 아직 본격적으로 팔 계획이 없지만, 모두들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