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노선의 해운 운임이 오르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7~9월)에 진입했고,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머스크라인‧MSC) 등 글로벌 주요 선사가 공급을 조절한 영향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앞두고 제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유럽 노선에서는 초대형 선박 투입이 계속되면서 운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주 노선은 뜨고 유럽 노선은 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초 유럽에서 독자 노선을 신설했고 SM상선은 미주 서안 노선을 추가로 개설한 바 있다.

캐나다 밴쿠버항에 입항하고 있는 SM상선 컨테이너선

9일 대표적인 컨테이너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 3일 상하이발(發) 미주 서안행 운임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74달러로 전주 대비 10.4% 올랐다. 미주 서안 운임이 1FEU당 2000달러를 넘긴 것은 2017년 2월 9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미주 동안 운임도 지난 7월 27일 1FEU당 2846달러에서 3099달러로 8.8% 상승했다. 미주 서안과 미주 동안은 지난 3월 각각 심리적 저지선인 1FEU당 1000달러와 2000달러가 붕괴될 정도로 운임이 빠지기도 했다. 미주 서안과 미주 동안 노선 운임이 각각 2000달러와 3000달러를 넘긴 것은 2016년 9월 세계 7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발생해 반년 이상 지속됐던 물류대란 이후 처음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성수기 효과보다 2M 등 글로벌 선사의 공급 조절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성수기에는 운임이 올해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9월 통틀어 가장 운임이 높았던 때는 8월 첫째 주로 1FEU당 1687달러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서비스 축소로 공급이 줄며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M은 지난달부터 대만 카오슝, 중국 상하이, 부산, 캐나다 밴쿠버 등을 연결하던 이글(eagle) 서비스를 중단했다. 디얼라이언스도 PS8서비스와 PS5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한다.

해운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앞두고 이뤄지는 수출 밀어내기가 운임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화주들이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미리 제품 확보에 나서면서 컨테이너 화물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23일부터 각각 160억달러(17조9200억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물동량이 줄어 운임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유럽 노선에서는 뚜렷한 운임 상승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 노선 운임은 지난 7월 27일 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926달러에서 지난 3일 935달러로 0.9% 오르는데 그쳤다. 글로벌 선사들이 유럽에서 운임 인상 시도와 함께 공급 조절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운임 상승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의류, 가전 등을 미리 수입해 확보하려는 화주가 늘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화물 적재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