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2분기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도 하락세다. 실적이 너무 좋은 게 오히려 주가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KB금융(105560)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실적 공시내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1조3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전년보다 30.72%(2110억원) 증가한 8978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KB금융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큰 반등세가 없었다. 8월 들어서도 5만원 대 초반에서 소폭의 등락만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종가는 5만2800원으로 지난 1월 6만77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2.01%(1만4900원)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모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5% 이상 성장했다.

다른 금융주의 주가 흐름도 비슷하다. 하나금융지주(086790)와 우리은행모두 20일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각각 31.5%(2200억원), 21.79%(3234억원)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반짝 상승하다 이달 들어 다시 하락세로 바뀌었다. 하나금융지주는 8월 들어 2.56%(1150원) 내렸고, 같은 기간 우리은행 역시 4.57%(850원) 하락했다.

신한지주(055550)역시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5.45%(1785억원) 늘어났다고 24일 공시했으나, 8월 들어 주가가 1.51%(650원) 하락했다.

올해 1월을 고점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실적이 오히려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보통 기업이 돈을 벌면 긍정적으로 보겠지만 모든 국민이 수요자인 금융업종은 다르다”며 “특히 은행의 영업이익이 커지면서, 국민에게 이자로 과도하게 돈을 벌었다는 부정적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은행 규제 시그널(신호)을 보내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저축은행 대출 이자 규제’를 꺼내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고금리(연 20%)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을 분기마다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중은행에도 금리 인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금융주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기관의 ‘팔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수급 부족이 주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관 매도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이 신통치 않다는 점도 주가 발목을 잡고있다. 기관은 8월 들어 7일까지 4대 시중은행 주식을 약 531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외국인의 금융주 지분 보유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높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KB금융(69.31%)과 신한지주(69.35%), 하나금융지주(71.41%)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다른 업종 평균보다 높다. 그나마 우리은행이 외국인 지분율이 26.9%로 낮은 편이지만, 이번 달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기관 순매도 규모의 89.5%였다. 이미 보유량이 많은 탓에 기관의 매도를 상쇄할 추가 매수세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부 변수에 민감한 게 외국인 투자자”라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 그래도 지분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주를 받쳐줄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 정책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금융주의 반등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것이 전망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은 시스템 산업인 만큼 거시경제(Macro) 지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당장 실적이 좋아도 전체 경제지표가 좋지 않으면 주가가 언젠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 업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자영업 여신의 대량 부실화를 유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연쇄 작용으로 임대사업자나 제2금융권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의 대출 태도나 정부의 정책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장 거시경제 지표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 관련 장려 정책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주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융주의 실적이 좋은 만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의 정책적 지원을 하면 분명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을 볼 때, 사실 앞으로 금융 친화정책이 나온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최근 이야기가 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완화조치 정도는 금융시장과 거리가 있어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재용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조치는 ‘찻잔 속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