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새로 건조 예정인 컨테이너 박스를 담보로 1조70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지난 7월부터 추진 중이다. 컨테이너 박스는 화물 수송에 사용하는 규격 상자로 해운업 필수장비로 꼽힌다.

현대상선은 1조7000억원의 70%를 한국해양진흥공사 보증으로, 나머지 30%를 증권사 대출이나 리스로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7일 금융‧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신조 컨테이너 박스를 담보로 하는 자금 확보 계획을 세운 뒤 국내 증권사에 ‘컨테이너 박스 금융 제안 요청서’를 발송했다. 담보 대상은 2019~2021년 인도 예정인 신조 컨테이너 박스 69만171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금액으로는 1조7422억원 규모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자금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현대상선은 증권사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건조 예정인 컨테이너 박스를 먼저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린 뒤 이를 건조 대금으로 쓰는 방식이다. 선박 금융과 같은 형태다.

이번에 건조하는 컨테이너 박스는 현대상선이 지난 6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에 발주하기로 한 초대형 선박 운영에 필요한 장비다. 현대상선이 조선 3사에 발주한 선박은 20척, 38만8000TEU 규모로 현재 LOI(건조계약체결의향서)까지 체결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전체 금액 중 후순위 70%를 지난달 발족한 한국해양진흥공사 보증으로 조달한 뒤 나머지 선순위 30%에 한해 증권사로부터 대출이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금융리스로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만기는 5년으로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계속되는 해운 불황으로 실적 악화가 심해지고 있어 신조 컨테이너 박스 발주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가 400억원 늘었다.

이번 제안 요청서는 실제로 자금 조달 방안을 확정하기 전 증권사로부터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사전 조사 성격이 강하다. 이에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3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건 맞지만 추후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딜 제안이 들어와 현재 담당 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