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갈등]⑩
에어컨 가동 늘면서 1시간만에 원전 4기분 전력량 치솟기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력당국이 발표한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달 24일 9248만㎾(예비력 709만㎾)였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오후 5시 50분 전력수요는 9272만6000㎾로 발표치보다 24만6000㎾가 많았다. 왜 두 수치가 차이가 나는걸까.

전력당국이 발표하는 최대 전력수요는 1시간 동안의 전력수요 변화를 평균계산한 것이다. 오후 5~6시 사이 순간 전력수요가 블랙아웃(대정전)에 가까운 수준이라도 평균치만 낮으면 전력수급현황은 ‘정상(전력예비력이 500㎾ 초과인 상태)’이라고 표시된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력예비력이 5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준비경보를 발령한다”면서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지난달 24일 전력수요가 200만㎾만 더 올라갔어도 전국이 전력비상에 빠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최근 잦아지는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않은채, 최대 전력수요를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8차 전력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1억50만㎾지만, 이상기후가 지속될 경우 당장 올해에도 이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첫번째)과 전력당국 관계자들이 이달 4일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폭염기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 웃돌아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올 7월 ‘최대 전력수요 10분단위 증감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최대 전력수요는 8차 전력계획의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8750만㎾)를 넘어 8770만㎾를 기록했다. 이후 1시간만에 최대 전력수요가 391만㎾나 급증했다. 391만㎾는 100만㎾급 원전 4기를 돌렸을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력수급 불안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23일에도 오후 2시 최대 전력수요는 8552만7000㎾였지만, 오후 3시30분 최대 전력수요는 9007만4000㎾로 1시간 30분 만에 454만7000㎾가 증가했다. 윤한홍 의원은 “폭염기에 원전(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이지 않았다면 순간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블랙아웃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원전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과 8차 전력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수요가 순간적으로 변하는데, 올 여름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의 경우 1시간 단위로 전력 수급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순간적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발전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 계통망과 연결을 차단하게 되고, 연쇄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서 “실시간으로 정확한 순간 최대 수요를 파악해야 전력 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원전 대신 비싼 가스발전만 늘리면 되나

8차 전력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량은 지난해 22.5GW(원전 24기)에서 오는 2022년 27.5GW(원전 27기)로 증가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발전량은 감소해 2030년에는 20.4GW(원전 18기)까지 떨어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6월 이사회를 열어 신규 원전 6기 중 4기의 건설 취소를 결정했다. 신한울 3·4호기 마저 건설을 취소화하면 문재인 정부 내에서 신규로 건설하는 원전은 단 1기도 없게 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8차 전력계획에서 원자력과 석탄의 신규 설비는 배제되고,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시 현실적으로 추가 가능한 신규 설비는 가스 발전 밖에 없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곳은 없다”고 했다.

원자력학회는 또 “원자력·석탄(값싼 에너지원) 중심에서 신재생·가스(비싼 에너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교수는 “가스발전은 원전에 비해 비싸고 가격변동도 심하다”면서 “향후 10년 내 현재 가동중인 원전의 절반 이상이 수명이 다하게 되는데, (전력예비력이 급격히 떨어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스발전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기준 LNG(가스)의 ㎾h당 발전단가는 125.34원으로 원자력(66.73원) 두 배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