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중 2년 연속 늘고...주식 비중은 줄어

지난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가 27만8000명으로 전년(24만2000명)보다 3만6000명(15.2%)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1인당 평균 23억2000만원, 총 646조원에 달했다. 전체 인구 중 0.54%에 불과한 이들이 가계 총 금융자산의 17.6%를 보유 중이다.

이들 부자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0%를 넘어 부동산 집중 현상은 이어졌지만 강남 3구 쏠림현상은 다소 완화됐다.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진 반면 현금·예적금 비중은 높아졌다. 특히 이들이 고수익 투자처로 사모펀드에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8 한국 부자보고서’를 발표했다.

2013년 16만7000명 수준이었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는 2014년 18만2000명에서 2015년 21만1000명으로 20만명을 돌파한 뒤 최근 3년 연속 10%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자산 규모도 2013년 369조원에서 지난해 646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주식시장 호황,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린 효과라고 KB금융경영연구소는 설명했다. 전년대비 지난해 증가율은 17.0%를 기록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제공

◇ 부동산 자산 비중 2년 연속 상승...주식 줄이고 현금 예적금 늘려

한국 부자는 자산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이나 건물, 상가,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53.3%로 2년 연속 상승했다. 2016년에 이 비중이 51.4%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52.2%로 반등한 바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자산 비중이 2년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거주용 부동산 비중이 46%, 빌딩·상가, 투자용 주택, 토지 등 투자용 부동산은 54%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 부자 중 85.5%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유형별로는 상가(48%), 토지·임야(42%), 일반아파트(35%), 오피스텔(27%), 재건축아파트(11%) 순으로 높았다.

KB금융경영연구소 제공

한국 부자의 지난해 금융자산 비중은 42.3%, 예술품 등 기타 자산 비중은 4.4%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중에선 현금·예적금 비중이 51%로 가장 높았으며 투자·저축성보험 15.6%, 주식 11.8%, 펀드 11.1%, 채권·신탁 등 10.5% 순이었다. 전년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은 8.6%포인트 낮아진 반면 현금·예적금은 2.1%포인트, 투자·저축성보험은 2.4%포인트, 펀드 2.7%포인트씩 높아졌다. 이는 부자들이 최근 1년 간 안정적 수익이나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 투자 대안으로는 사모펀드 주목

향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 투자처로는 '국내 부동산'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2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는 1년 전의 32% 대비 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향후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도 73%로 지난해 조사 때 나온 69%보다 상승했다. 지나친 부동산 투자 의존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자들의 투자 대안으로는 사모펀드가 주목받았다.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 투자 의향이 전년(17%) 대비 21.5%포인트나 상승한 38.5%로 집계됐다.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를 찾으려는 의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KB금융은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등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 기대감이 낮아졌다. 향후 가상화폐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한국 부자의 비중도 2%에 불과했다. 가상화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 및 증여에 대해서는 사전 증여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 중 자산을 전부 사전증여하겠다는 응답 비중은 지난해 5.4%에서 올해 16.5%로 상승했다. 또 자녀가 아니라 손자녀에게 직접 상속 또는 증여하겠다는 응답도 전년도 12%에서 올해 23%로 늘었다.

◇ 부자 지역편중 완화...경기도 급증

부자들의 지역 쏠림 현상은 완화 추세를 보였다.

부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보면 서울이 12만2000명으로 43.7%를 차지했고 경기 21.3%(5만9000명), 부산 6.6%(1만9000명)로 그 뒤를 따랐다. 2013년과 비교해 서울 부자 비중은 47.3%에서 43.7%로 떨어졌고 부산도 7.6%에서 6.6%로 낮아진 반면 경기도는 19.3%에서 21.3%로 상승했다.

서울 내 강남3구의 비중도 2013년 37.5%에서 지난해 35.6%로 줄었다. 경기도의 부자수 상위 3개시(성남시·용인시·고양시) 비중도 같은 기간 45.2%에서 42.2%로 하락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