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를 끌고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 건 언제든 불이 날 수 있다는 거 아니냐. 당장 차 쓸 일도 많은데 어떡하라는 건가. 차 몰기가 무섭다."(BMW 520d 소유주 양모씨)

정부가 BMW 화재 사고가 확산하자 3일 리콜 대상인 BMW 차량 10만대에 대해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김현미 장관 명의로 정부 입장을 내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특정 차량에 대해 운행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리콜 조치 발표 이후에도 BMW 차량에서 하루 1대꼴로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가 8일 만에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BMW 소유주들에게선 "10만명에게 차를 쓰지 말라는 말 아니냐. 이걸 대책이라고 내놓은 거냐"는 반응이 나왔다.

달리면 불이 나고, 못 달리니 천불이 난다… 리콜 받으러 줄 선 BMW - 주행 중 잇단 화재로 BMW 차량에 대한 리콜이 실시 중인 가운데 3일 서울 영등포의 BMW 서비스센터가 점검을 받으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는 이날 리콜 대상인 BMW 차량 운행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BMW의 정식 리콜은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위험이 높은 차량을 우선 수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일 오후 기준 전체 10% 정도인 1만5337대가 점검을 마쳤고, 3만6606대가 예약 대기 중이다.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BMW 차주 입장에서 안전 점검조차 받기 쉽지 않다. BMW는 안전 점검을 받기 전까지 차주들에게 렌터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유자들은 "렌터카 10만대를 어떻게 조달할 거냐"고 반발한다.

BMW코리아를 상대로 한 차주들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BMW가 리콜 대상으로 분류한 차량은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링 차량인 520d를 포함한 42개 차종, 10만6317대다.

3일 오후 최근 잇따른 화재로 차량 10만대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인 BMW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통화가 끊겼다. BMW 측은 최근 고객의 문의가 빗발치자 상담 인원을 30명에서 60명으로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BMW 차주들은 "안전 점검 일정을 잡으려고 수십번 전화를 해도 연결 자체가 안 되니 예약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BMW 서비스센터도 북새통이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센터엔 안전 점검을 받으러 온 BMW 차량이 주차장은 물론 주변의 이면 도로까지 점령했다. 센터에서 만난 한 BMW 차주는 "20분 걸리는 점검을 받기 위해 이 폭염에 4시간을 기다렸다"고 불만이었다. 오는 20일부터 부품을 교체하는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일부 서비스센터에선 당장 부품 교체가 필요한 차량인데도 부품이 모자라 교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 측은 차주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BMW는 지난 1일 안전 진단을 받기 전까지 차주들에게 렌터카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임시 조치에 불과한 데다 이 역시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부 조사 결과는 10개월 뒤에나 나올 전망이어서 차주 입장에선 안전 점검이나 리콜을 받더라도 상당 기간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차량 운행 자제 권고까지 나오자 소유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일에도 다른 차주 13명이 같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앞으로도 법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차주들은 소장에서 "차량이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고, 리콜이 이뤄지더라도 화재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중고차 가격 하락에 대한 금전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