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 불안감이 커지며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어컨 사용료 절약 팁 중 하나가 제습 냉방입니다.

제습은 공기 중 습기를 제거해 사용자의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어 에어컨 냉방 기능과 효용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어컨 냉방 만큼 시원해지는 데다 전기료도 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제습 기능을 사용하면 전기 사용이 줄어들까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전문기술 연구실(Lab)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실험을 진행해 그 결과를 2015년 대한설비공학회 논문집에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험 결과는 당연히 에어컨이 제습보다 더 시원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일반 상식을 깼습니다. 에어컨 일반 냉방보다 제습을 통한 냉방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30평형대 아파트 거실에서 에너지효율 1등급 스탠드 에어컨을 희망온도 24도(℃)에 맞춰놓고 냉방과 제습을 번갈아가며 각각 2시간씩 가동한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둘다 실내온도 24도가 유지된 점은 동일했습니다.

실험 결과, 냉방운전 때는 상대습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평균 불쾌지수는 73으로 실내에 있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비율이 50% 미만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습운전 때 평균 불쾌지수는 70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비율이 약 10% 수준 조사됐습니다. 제습 모드로 습기가 줄어들어 실내에 있는 사람이 더 쾌적하게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2015년 대한설비학공학회 하계학술 논문집여 수록된 ‘가정용 인버터 에어컨의 제습효율 및 쾌적성 향상에 관한 실험적 연구’이라는 논문에서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습도와 쾌적성을 비교한 도표와 그래프.

또, 방 평균온도는 24도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상태에서 2시간 경과 후 방안의 습도는 냉방모드에서 75%, 제습모드에서 55%를 나타내 제습모드에서의 제습효율이 냉방모드 보다 20% 포인트 앞섰습니다. 냉방 만족도 면에서 제습냉방이 일반냉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제습모드와 냉방모드 둘 중 어떤걸 선택해야 전력소비가 덜한 걸까요.

오래전부터 에어컨 제습 기능은 전기료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제습 기능을 이용할 때는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주는 실외기가 작동하지 않는 만큼 일반 냉방 때보다 전기 사용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대한기계학회가 2014년 발표한 논문을 봐도 제습냉방이 30% 정도 전력소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냉방모드 대신 제습모드로 켜두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속설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전문기술 Lab의 실험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위 실험을 진행하면서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전력량을 측정했는데 둘다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래 자료는 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냉방모드(붉은선)와 제습모드(파란점선)가 차지하는 전력사용량 면적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수가 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냉방과 제습 간 전력량의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전력소비량 비교 그래프.

가전업계 종사자들은 냉방모드와 제습모드를 따로 쓰는 것 보다는 원하는 실내온도까지 냉방운전으로 낮춘 다음 제습기능을 사용하는게 가장 좋다고 권장합니다. 목표 온도까지 도달시키는데는 냉방모드가 빠르기 때문에 제습모드 보다는 에어컨 냉방 모드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에어컨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면 실내 온도를 원하는 정도까지 낮춘 다음 제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이렇게 하면 적정 온도는 유지하면서 냉방만 켜 두는 것보다 전기를 덜 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