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화재 사고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BMW 520d 차량에서 또 불이 났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에 열 달은 걸린다"고 했다.

국토부 김경욱 교통물류실장 등은 2일 BMW 리콜 사태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같은 부품을 썼는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느냐"는 질문에 "조사가 더 필요하다. 원인 규명까지는 10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3일 BMW 측으로부터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원인으로 지목한 근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도 "공개 여부는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2일 오전 11시 47분쯤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강릉 방면)에 BMW 520d 차량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나 차량이 타고 있다. 올 들어 28번째 발생한 BMW 화재 차량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국민 안전이 위험에 처했는데 원인 조사에 열 달이나 걸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노하우가 풍부한 환경부와 협력해 조사하면 이른 시일 내에 원인 조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근거 자료를 공개하고 민간과 협력해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며 "언제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작 정부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자체 조사 능력이 떨어져 BMW 조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인 조사에 가장 중요한 게 화재 차량 부품 확보다. 하지만 대부분 화재 차량은 BMW가 관리하고 있고, 정부는 겨우 한 대만 확보했을 뿐이다. 국토부는 EGR 부품에 대한 조사 경험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 때 관련 노하우를 쌓은 환경부와 협력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먼저 나서 검증하는 게 아니라 BMW가 조사 결과를 내면 사후적으로 맞는지 따져보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붙은 BMW 차량 주차 금지 안내문.

국토부와 BMW는 올해 5월까지 BMW 차량 16대에서 화제가 발생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BMW가 늑장 리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BMW가 문제를 알고도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최대 700억원 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BMW 차량에서 올 들어 28번째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3일간 하루 한 대꼴이다. 이날 오전 11시 47분쯤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을 달리던 BMW 520d 차량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났다. 운전자 최모(29·여)씨는 "주행 중 가속 페달이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곧이어 차량 앞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