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BMW 판매 중지 등을 요구
리콜 예약 안돼 분통 "불안해서 차 세워둔다"

사례1)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BMW 520d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있다. 주행중 화재도 걱정이지만, 주행 이후 화재가 더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족은 물론 아파트 주민까지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렇게 차를 불안해하면서, 타느니 안타는 게 낫다”며 “리콜 발표 이후에는 차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2) 2015년 BMW 520d 차량을 산 직장인 박모씨는 국토부의 리콜 발표 이후 BMW 리콜 전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수십번의 통화에도 ‘현재 통화량이 많다’는 안내 멘트만 나오고 상담 직원과 연결은 되지 않았다.

박씨는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대다 보니 상담 직원 연결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연결이 안 될지는 몰랐다”면서 “비싼 돈을 주고 산 차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리콜 등 후속조치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BMW가 한국 시장에서 쌓아 왔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경북 영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520d

현재 BMW코리아는 최근 자발적 리콜에 대한 후속 조치로 리콜 전담 고객센터와 전국 서비스센터의 운영시간을 주말 포함 24시간으로 확대한 상태다. BMW코리아는 2주 내에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안전 진단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 또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BMW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 등 3가지 방법으로 예약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BMW측의 후속 조치에도 정작 리콜이나 안전진단서비스 예약이 안돼 고객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BMW코리아에서 리콜 대상 차량이라는 문자가 왔는데, 이후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연결이 안된다는 불만의 글이 도배되고 있다. BMW 520d 차주라고 밝힌 한 남성은 게시판에 “50통을 넘게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대기인원이 많아 계속해서 끊어진다”며 “어떻게 운전해야 안전한지 정도는 통보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BMW의 판매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 같은 고객 불만은 독일차 프리미엄을 누리는 BMW 브랜드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 판매로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는데, 여기에 불나는 차라는 이미지까지 씌워지면 BMW는 독일차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발적 리콜이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많다. BMW 코리아는 지난 26일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한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화재 문제가 벌써 2015년부터 이어져 왔다. 또 리콜 발표가 난 후 지난 30일 또다시 520d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고, 31일 420d 차량에까지 불이 났기 때문에 고객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BMW 차량 100만 대가 리콜된 것이 알려진 것도 부정적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화재 위험 리콜은 국내에서 문제가 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이 아니라 배선 과열 등이었다.

BMW코리아는 뒤늦게 리콜대상 차량 소유자들에게 안전진단 기간 렌터카를 제공키로 했다. 또 문의전화 폭증으로 대기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 인원을 2배 이상 늘렸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렌터카는 현재 소유한 차량과 같은 배기량의 차종으로 정해진다”며 “국산차를 렌터카로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