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사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유캔스타트’는 최근 사업권을 반납했고, KTB투자증권은 신규 펀딩을 중단한 채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일부 중개업체가 과점하고 있는데다 수익성도 낮아 중개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유캔스타트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업무를 자진 폐지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신화웰스펀딩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등록 취소되면서 퇴출된 사례는 있지만, 중개업자가 사업권을 스스로 반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캔스타트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진행하고 있던 펀딩들을 투자자 및 기업의 피해 없이 마무리 지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월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다수의 투자자가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 비상장 중소기업 등에 지분을 투자하는 제도다. 기업이 증권을 발행하고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곳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사인데 이들은 자본금 5억원 이상, 인적요건 등 기준을 충족하고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기존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사나 증권사들이 중개업에 줄줄이 뛰어들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이 낮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하나 둘씩 발을 빼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총 15개 중개사가 활동했지만 신화웰스펀딩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2016년 등록 취소됐고, 최근 유캔스타트의 사업 폐지로 현재는 13곳이 남아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6월부로 신규 펀딩을 중단하고 기존 진행됐던 펀딩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폐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중개사들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크라우드펀딩 발행 성공 건수는 총 407건인데 이중 와디즈가 191건으로 46.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2개 중개사는 1~11% 수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한 사업자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다 펀딩 규모 자체가 작아 충분한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중개업자들은 모집금액의 80% 이상을 청약에 성공했을 때 해당 금액의 5~7% 정도를 중개 수수료로 받아간다. 현재까지 기업당 평균 조달 금액은 1억8100만원 수준에 그친다.

펀딩 성공 후 기업 부도로 상환을 못하는 기업들이 지속 증가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중개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례로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모바일게임 ‘부루마불M’은 ‘원금 보장형 채권’을 내세워 770명의 투자자로부터 7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모아 펀딩에 성공했으나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하자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상환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50여명의 투자자가 몰려 목표금액을 120% 초과(4억2100만원) 달성한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시 채권 만기 상환을 못해 지난달 말 부도가 최종 확정됐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크라우드펀딩 발행은 매달 평균 20건씩 진행됐는데 6월과 7월 각각 12건, 15건으로 줄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 수익으로는 인건비, 마케팅비, 사무실 임대료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업체들이 시장에 남아있기 어렵다”며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도 중기특화 라이선스를 확보할 때 가점이 되기 때문에 중개업에 진출한 것이지 수익모델로 보고 들어오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