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낮 온도가 38.8도를 넘어서는 등 111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뜨거운 열기를 피한 자동차 이용이 급증하면서 손해보험사 자동차 보험 손해율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여름철에는 휴가철 차량 이용 증가와 장마·홍수·태풍 등 자연 재해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상승한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는 아직 겪지 않았지만 재난 수준의 폭염이 더해지면서 지난 6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전년보다 3%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올해 최초 폭염주의보는 6월2일 발동됐다.

조선DB

1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6개 손보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평균 80.13%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평균(77.1%)에 비해 3.03%포인트 올랐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7월과 8월의 손해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보험사들의 여름철 긴급출동건수는 6월 106만1155건에서 7월 129만5614건, 8월 136만5587건으로 늘어났다.

손보업계에선 자동차 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 수준으로 본다. 또 손해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약 1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6월 손해율을 업체별로 보면 한화손보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83.4%로 가장 높았고 △KB손보(81.6%) △삼성화재(80.6%) △현대해상(80.4%) △DB손보(79.2%) △메리츠화재(75.6%) 순이었다. 한화손보·KB손보·삼성화재·현대해상의 지난해 6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모두 70% 중후반대였지만 올해는 80%를 모두 넘겼다.

6개 손보사의 지난 6월 긴급출동횟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6개 손보사를 통틀어 올해 6월에는 총 108만3948번 긴급출동했다. 이는 지난해 6월(106만1605번)보다 2만2343번 늘어난 수준이다.

대형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7월 손해율 마감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전년 대비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폭염에 휴가철이 겹쳐 자동차 이용이 급증하면서 예년보다 차 사고가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태풍과는 달리 한 방에 큰 손해가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8월까지 폭염이 이어지면 지속적으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오를 것”이라며 "올해 7월 손해율은 지난해 대비 5%포인트 넘게 상승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온이 상승하면 교통사고 건수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 가입자 186만명이 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가 1.2%씩 늘어났다. 가령 낮 최고기온이 23도인 날에는 하루 평균 6958건이던 교통사고 건수가 30도인 날에는 7540건, 36도일 때는 8077건 등으로 늘었다.

올해들어 손보업계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료 인하 경쟁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둔화된 가운데 연초 강설·한파 등으로 이미 상반기 손해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상위 6개사의 지난 2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평균 85.9%로 전년 동기 대비 10.2%포인트 높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폭설과 폭염 등 올해는 자연재해에 따른 자동차 피해가 많고, 자동차 정비수가도 오르는 등 비용 상승 요인이 많아 보험료 인상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하지만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금융당국도 비용절감을 통한 손해율을 흡수를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