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물리고, 저소득층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에 못 미치는 집주인(2주택 이상)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세금이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도 세율과 과표 모두 오른다. 대신 일하는 서민에게 나눠주는 근로·자녀장려금은 그 지급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향후 5년간 필요한 지출과 조세 감면은 17조원이 넘는 데 비해 증세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稅收)는 5조원에 불과해 결국 나라살림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8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이날 집주인의 임대소득 과세 등 부동산에 대한 증세 방향을 공개했다. 현재 비과세인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14%의 세율을 매기기로 하고, 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 필요경비 인정 비율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이 조치로 집주인 24만명이 새로 세금을 내고, 세수는 740억원 늘어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와 수입 맥주에 대한 세금 인상 조치는 백지화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지출은 급증한다. 정부는 내년에만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으로 334만 가구에 3조8000억원(가구당 최고 300만원), 자녀장려금으로는 111만 가구에 9000억원(가구당 최고 70만원)을 주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근로장려금이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자녀장려금이 106만 가구에서 111만 가구로 늘어난다. 일단 늘린 씀씀이는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조치 하나만으로 5년여 동안 15조원 가까운 세금이 쓰이게 된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지속 가능한 재원(財源) 대책도 없이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했던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