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인 다음 창업자 이재웅(50) 쏘카 대표가 기획재정부의 혁신성장 전담 조직인 혁신성장본부의 민간 공동본부장에 위촉됐다.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는 국내 대표 공유경제 기업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공동 본부장에 위축된 데는 기재부가 최근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유경제 생태계 혁신 등의 적임자로 평가된 게 주된 요인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최근 국내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한 점도 혁신성장 활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성장은 결국 기득권층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이 대표를 혁신성장본부 민간 공동본부장으로 위촉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혁신성장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간에서 이재웅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혁신성장본부는 정부가 혁신성장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만든 민관합동 조직이다. 정부 측 본부장은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다. 이 대표는 민간 본부장으로 고 차관과 함께 다음달까지 핵심 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금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기존의 시스템을 뛰어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혁신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위촉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혁신성장본부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민간 공동본부장 후보자를 몇 명 골라 김 부총리에게 소개했다”며 “이 대표를 눈여겨 본 김 부총리가 고 차관과 함께 직접 만나 혁신성장에 대한 소신을 정책으로 펼쳐달라고 부탁해 영입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 대표가 벤처 1세대로서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케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6세였던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공동 창업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메일과 카페, 뉴스 등 여러 영역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포털 사이트로서 다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대표가 2008년 다음을 떠난 후 투자회사를 세워 소셜벤처(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지난 4월 이 대표는 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 대표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 비판적 지지 의사를 보여왔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줄어든 상황이 안타깝다”며 “쏘카를 공유경제 분야에 새로운 규칙과 모범으로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 역량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다음 창업자로 혁신성장의 대표 주자이면서 최근에는 혁신성장의 한 축인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영 전선에 복귀할 만큼 의욕적이라는 점도 민간 공동본부장 위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최근 혁신성장 관련 규제 개혁에 힘쓰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정책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대표를 영입했다고도 본다. 이 대표는 작년 7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의 오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