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로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 회의에 참석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는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다수 기업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재계·근로자·연구기관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20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날 기금운용위 위원들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재심의·의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기금운용위는 지난 26일 같은 안건에 대해 심의했으나 위원들간 이견만 확인하고 의결에는 실패한 바 있다. 복지부가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감안해 당초 검토했던 이사 선임·해임, 감사 추천 등 강도 높은 경영참여 내용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에 넣지 않았는데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회의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기금운용위가 건강한 토론과 참여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특정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금운용위 안팎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위 위원 20명 중 대다수가 원안대로 7월 중 도입하자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고 있고, 표대결로 가더라도 노동계 추천위원 3명과 시민단체(참여연대) 추천위원 1명 등 4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찬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위 표결 요건은 ‘과반수 참석-이중 과반수 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