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선점 위해 투자 활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잠재력을 지닌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의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나스닥 상장사 이벨로 바이오사이언스(Evelo Biosciences)는 프로바이오틱 기반 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비피더스 균주에서 개발된 단일 클론 미생물을 사용한 임상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 시카고대학 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데, 연구팀은 최근 쥐에게서 면역관문억제제와 결합된 박테리아가 종양을 거의 제거한 사실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2012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엔터롬 바이오사이언스(Enterome Biosciences)는 크론병, 뇌종양 등 미생물과 관련한 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세균 유래 암 항원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대기업과 투자기관으로부터 1억2400만달러(약 1389억2960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2016년 이 회사에 직접 투자한 데 이어 2017년 마이크로바이옴 진단법 개발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했고, 존슨앤드존슨(J&J),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화이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사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에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지놈앤컴퍼니, 지아이이노베이션, 천랩, 비피도 등 벤처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및 치료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항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바이오벤처 지놈앤컴퍼니는 체내의 유익균들이 면역체계의 활성물질 생성을 촉진하고 면역세포와 상호작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면역항암제와 병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보조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단백질 콤보 신약을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바이오기업 메디오젠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단백질 신약의 콤보 플랫폼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 신약, 면역항암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 등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1999년 지근억 서울대 교수가 생리활성 유산균 개발력을 통해 설립한 회사 비피도는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신규 비피더스균에 대한 전임상 효능을 입증, 국내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에 대한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천랩은 올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간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천종식 천랩 대표이사(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벤처와 손잡고 장내 세균을 이용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천랩의 바이오인포매틱스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인 고유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이를 기반으로 예방의학 및 맞춤의학 분야로 확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CC 리서치는 2024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93억달러(약 1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분야는 2019년에 상업화돼 2024년에 시장규모가 5억달러(약 56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