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일본 경제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기업 투자가 계속 뒷걸음질하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7% 늘었다고 발표했다. 연간 2.9% 성장했다. 1분기(1~3월)에 전 분기 대비 1.0% 성장한 것에 비해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성장세 둔화의 주 요인은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분기 설비 투자는 전 분기보다 6.6% 줄어들어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반도체·LCD(액정 표시 장치) 등의 설비 투자가 줄었고, 항공기 등 운송 장비 투자도 감소했다. 건설 투자도 -1.3%였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건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기업 투자가 살아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27일 2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연간으로 따져 '4%대' 수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훌륭하게 하고 있다. 지구상 최고 경제 수치"라고 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에게 'GDP가 4.8%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과열되지 않고 성장하는 수준(잠재성장률)을 1.8%로 추정하는데, 이를 2배 가까이 넘어선다. 4%대 성장은 2014년 3분기에 연 성장률(5.2%)을 발표한 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미국 경제 규모가 19조달러니 성장률이 5%에 육박하면 단순하게 따져 인도네시아(1조달러)만 한 경제 규모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감세(減稅)와 재정 부양 정책 덕에 날개를 달았다. 미국은 올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다. 주요 전망 기관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작년 2.3%보다 대폭 오른 2.8~2.9%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0.2%)을 기록했던 일본도 다시 성장 속도를 올리고 있다. 2분기엔 성장률이 0.4%로 높아져 올해 연간으론 1.1% 성장할 것으로 주요 전망 기관이 내다보고 있다. 역시 잠재성장률(0.8%)보다는 높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추진한 엔저로 기업 이익이 늘어난 데다,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인공지능, 로봇 등을 활용한 자동화 설비 투자가 늘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올해 연구개발비 투자 총액이 12조4789억엔(약 126조161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의 기를 살리고 투자 감소를 되돌릴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